우리는 길을 가다 원조라는 간판을 내건 음식점들을 많이 본다. 그러나 원조라는 간판을 내건 음식점 치고 원조다운 맛을 내는 곳을 보기 어렵다. PR에도 원조가 있다. 다름아닌 선전(Propaganda)이다. 음식과 마찬가지로 PR의 원조인 선전은 이 시대에는 걸맞지 않는 그 옛날의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PR과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흔히 많은 사람들이 PR, 광고, 선전, 홍보를 같은 뜻으로 이해한다. 심지어 홍보실, 선전실, 광고과, 광고 선전과, 공보과 등 각 기관이나 단체의 PR을 담당하는 부서의 명칭을 살펴보며 PR이란 개념이 얼마나 다양하게 쓰여지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이들은 사람들에게 뭔가를 알리다는 뜻으로 한묶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목적이나 하는 일이구별된다. PR은 조직이 공중들과 바람직한 관계를 맺기 위해 벌이는 활동이나 선전은 많은 사람들에게 조직이나 개인의 이념, 주장을 전파하는 것이다. 선전은 주로 정치, 종교적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으로 메시지를 전파하여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PR의 목적은 물건을 팔거나 이념을 전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다.
선전 하면 대표적으로 나치스가 연상된다. 이들이 사용한 짧고 단순한 슬로건, 심벌, 대중시위, 또는 영화나 음악 등 각종 선전은 대중의 의견과 행동의 통일을 위해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이에 반해 PR은 공중들과의 대화를 추구한다.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에 그치지 않고 공중의 의견을 조직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PR의 가장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는 어떤 문제에 대해 공중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들의 바람에 맞게 조직의 정책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눈앞의 이익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는 것뿐만 아니라 밖의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또 선전은 설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한다. 파괴적인 주장도 걸러내지 않은 채 비윤리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하지만 PR은 공중의 바람이나 사회적 기준에 부합하며 윤리적인 제약을 크게 받는다.
그러나 아직도 정치캠페인 등에서는 여전히 널리 쓰이고 있는 다음의 선전기법들을 살피는 것은 PR의 뿌리를 더듬어보는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1) 이름붙이기(name calling)
어떤 사람이나 조직, 사상, 제품을 나쁜 것으로 몰아붙이기 위해 이름을 붙이는 수법이다. 정부가 반공의식을 고취시킨다는 정치적 목적에서 ‘빨갱이’는 ‘공산당’ 이라는 식으로 이름붙인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2) 화려한 추상어(glittering generality)
상품광고에서 널리 쓰이는데, 그럴 듯한 말로 받아들이기 쉽게 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식품이나 세제에 ‘천연’이니 ‘무공해’니 하는 추상어를 사용하는 것을 들 수 있다.
(3) 연상적 전이(transfer)
널리 인정받고 있는 권위나 명성을 빌려오는 기법이다. 예를들면 대통령 선거 후보자가 외국의 저명인사와 인터뷰하는 장면을 찍어 전파함으로써 그 저명인사의 권위나 명성과 함께 대통령 선거 후보자를 연상하도록 하는 것이다.
(4) 증언기법(testimonial)
대리인으로 하여금 좋다거나 나쁘다는 증언을 하는 기법이다. 상품광고에 유명한 인물이나 소비자를 등장시켜 제품의 특성을 증언하는 예를 볼 수 있다. 이는 광고에서의 정보원의 신뢰도(source credibility)와 관련지어 생각해볼 수 있는데, 정보원이 신뢰도를 지닌 오피니언 리더(opinion leader)인 경우 사람들이 이를 쉽게 인지, 수용한다는 것이다.
(5) 서민흉내(plain folks)
선거 캠페인에서 널리 쓰이는데, 후보자들이 수수한 차림으로 시장의 아낙네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극장에 가서 일반인 학생과 어울려 햄버거를 먹으며 영화를 보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한때 우리 정치캠페인 슬로건 중의 하나였던 ‘보통사람’은 이 기법을 이용한 것이다.
(6) 카드술수(card stacking)
카드놀이에서 술수를 부리듯 유리한 것만 채택하고 불리한 것은 버리는 것이다. 언론보도 등에 난 긍정적 기사만을 모아 스크랩해서 배포한다든지 하는 식의 예를 들 수 있다.
(7) 대세편승(bandwagon)
밴드웨곤은 축제행렬의 앞에서는 연주마차를 가리키는데, 군중심리를 이용한 선전기법을 뜻한다. 대중은 고립을 두려워하여 모든 사람이 받아들이는 생각이나 행동을 따르기 때문에 대세에 호소하여 판세를 유리하게 만드는 것이다. 선거전 등에서 전세가 불리함에도 마치 승리를 눈앞에 둔 것처럼 확대 과장하는 것도 이러한 선전기법에 바탕한 것이다. 이는 대세에 편승하는 군중의 커뮤니케이션 행태를 밝힌 침묵의 나선이론과도 연결지어 볼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선전기법은 어디까지나 특정한 상황에서 부분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설득기술이 될 수는 있지만 결코 PR 그 자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PR 전문인들은 명심해야 한다. 공중과 함께 나도 변화하여 우리가 몸담고 있는 주위 환경 전체를 발전시키는 것이야말로 PR이 추구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원조는 어디까지나 원조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