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시대의 인터컬처럴 PR

2008년 03월 06일 14시 11분

이제 기업의 비즈니스가 글로벌 마케팅과 글로벌 PR의 단계로 접어듦에 따라 문화적 요소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 국제PR을 포함해서 국제비즈니스를 수행하는 과정에 다문화 PR, 다문화 마케팅, 인종 마케팅 등은 PR 실무자들에게 익숙한 용어가 되었으며 PR 실무자들의 중요한 논의점이 아닐 수 없다. 다음은 인터컬처럴 PR과 관련하여 인터컬처럴 커뮤니케이션즈 분야의 전문가인 수원대학교 최윤희 교수가 특별 기고한 글이다.

세계가 지구촌화 되면서 사람들은 타문화권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할 기회를 많이 갖고 있으며 매스미디어를 포함한 정보통신 기술을 통한 간접 접촉 또한 많이 시도하고 있다. 이처럼 활발한 국제 교류를 통해 사람들은 문화를 교류하고 공유한다. 그렇지만 세계의 각 나라는 아직도 각기 독특한 문화, 언어, 사회 및 생활관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의 차이는 국제무대에서 오해와 갈등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러한 갈등은 개인간의 관계는 물론 기업 경영을 포함한 각종 국제관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모든 사회에는 그 나름대로의 문화적 가치체계가 있고 그 가치들은 특정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배우고, 일상생활에 적용하는 불문율이다. 따라서 서로 대비되는 문화권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할 때에는 상대방의 문화적 코드를 모르기 때문에 갈등이 일어나기 쉽다. 특히 해외로 진출한 기업은 물론 국내에서 해외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기업은 상이한 법률, 매체, 언어 또는 비즈니스 환경과 부딪혀야 할 뿐만 아니라 타 문화권 구성원들의 행동 패턴, 심지어는 이해의 패턴을 만들어 내는 보편적인 관행, 신념과 가치체계를 이해해야 한다.

PR, 특히 국제PR실무자들은 국제 PR을 수행함에 있어 국가단위의 상이한 문화뿐 아니라 많은 경우 단일국가 내의 다양한 문화도 함께 다루어야 한다. 이들은 매스미디어 또는 대인관계를 통하여 해외 현지의 환경과 상호작용을 해야 하며 지역사회, 정부, 주주, 종업원, 경쟁기업, 이익집단 등 다양한 공중과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해야 한다. 즉, 국제 PR실무자는 타 문화권 환경과 쟁점에 민감한 경계선 관리자(boundary spanners)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 예로 로스엔젤레스의 인종폭동 때 한국 교포들이 얼마나 억울한 손해를 보았는가, 그러나 우발적인 사건으로 보인 그 폭동의 이면에는 종족 차별과 미국 문화에 대한 이해부족, 그리고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 즉 대 주민관계 PR을 등한히 해온 교포사회의 책임도 크다.

문화적 가치관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이러한 변수는 우리의 지각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대화할 때 사용하는 메시지 의미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들의 태도, 사회조직, 사고방식, 역할, 언어를 비롯해서 공간의 개념, 시간관념과 같은 비언어적 요인들이 가치관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들이다.

우선 언어를 국제 PR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많은 사람들이 타 문화권 사람들과 대화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통역관이라고 가볍게 여기고 만다. 이런 사고방식은 문화와 언어와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한 소치일 것이다. 대체로 언어는 문화의 산물인 반면 문화는 역시 언어의 산물로서 문화와 언어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 언어의 직접적인 역할이다. 또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은 우리 문화의 본질을 부분적으로 결정짓는 것이다.

언어의 차이에서 발견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우리의 지각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단어가 작용하는 역할이다. 어떤 사물에 대한 판단과 뜻을 부여하는 일이 지각의 일부인 이상 단어에 관련된 최종적인 뜻은 문화와 깊이 관련되어 정해지게 된다. 한 예로, 파커펜사는 셔츠 주머니에 넣고다닐 때 잉크얼룩이 묻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만년필을 개발하여 광고를 했다. 이 만년필광고는 성공적이었고 파커펜사는 유명해졌다. 파커펜사가 사용한 광고문구는 “파커펜사는 소비자를 당황하게 하지 않습니다(To avoid embarrassment, use Parker pens.)"였다. 여기서 당황하게 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잉크가 갑자기 새어나오지 않아 옷에 묻지 않는다는 뜻이다. 파커펜사는 미국시장에서 성공한 뒤 남미시장에 진출했는데 이때 이 광고문구를 그대로 스페인어로 번역하여 사용하였다. 하지만 광고캠페인의 결과는 예상과 정반대였다. 번역된 광고 문구 속에 다중적인 의미를 지닌 단어가 있었던 것이다. 즉 ”embarrassment"에 해당하는 스페인어에는 “임신”을 뜻하는 단어로도 사용되었다. 따라서 이 슬로건은 “피임을 위해서는 파커펜을 쓰세요”로 해석되었다.

언어의 또 다른 문제는 의미상의 문제이다. 미국에서 모든 차는 자동차로 인식되지만 아랍의 어떤 나라에서는 오직 캐딜락만이 자동차로 생각된다고 한다. 이런 점은 그리 중요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이나 중동에서 온 사람에게 자기의 차를 사용하도록 편의를 제공한 사람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의 차가 캐딜락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만일 캐딜락이 아닌 엑셀이었다면 좀 묘한 문제가 일어날 것이다.

언어가 메시지를 주고 받는데 중요한만큼 비언어 커뮤니케이션(nonverbal communication)도 언어 메시지를 해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언어 행위는 언어 메시지가 심각한 것인지, 위협적인 것인지 또는 농담인지 여부를 지칭해 준다. 사실 두사람간의 커뮤니케이션 중 약 30%만이 언어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한다. 특히 외국인과의 대화나 국제비즈니스 수행과정에서 많은 것을 비언어 행위에 의존하게 된다. 비언어행위들은 문화권을 넘어 매우 비슷한 기능을 하지만 어떤 비언어적 행위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서 커뮤니케이션을 두절시키기도 한다. 비언어 행위 중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큰 부분을 이루는 것은 제스처라고 해야 겠다. 제스처에는 눈, 속, 발, 머리, 다리, 얼굴의 움직임이 포함된다. 이중 어떤 제스처는 의도적으로 이뤄지지만 어떤 것은 무의식적으로 이뤄진다. 그 예로 악수를 하거나 음식을 먹을 때 오른손만을 사용하고 화장실이나 신발을 닦을 때는 왼손을 사용하는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들과의 상호작용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사람이 공간을 이용하고 만드는 것도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또 하나의 문화요소다. 문화가 다름에 따라 사람과 사람이 두는 거리도 각기 다르다. 즉 공간은 사람의 목소리처럼 커뮤니케이션의 한 몫을 차지한다. 미국 사람들의 경우 큰방에 앉아서 서로 대화를 할 경우 가장 안락한 거리는 약 1.5미터이며 옆으로 나란히 앉는 것보다 얼굴을 마주보며 앉기를 더 좋아한다. 한편 아랍인이나 남미인들은 매우 가까이 서서 대화한다. 이렇게 문화에 따라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 즐기는 거리가 각각 다른데, 이 거리는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따라 서로 다르게 마련이다.

시간도 인간에게 인식되고 있는 것 자체가 하나의 문화요소로 작용한다. 서양에서의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되어 그들이 자유자재로 이용하고, 절약하고, 또 낭비할 수도 있는 중요한 대상의 하나라고 생각되어진다. 그러나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은 시간을 피부로 느껴서 직접적인 것에 더욱 관심을 두고 있다. 불교가 중요한 종교인 동양의 몇 국가에서는 시간을 사건이 발생하고 발전하고 사라지는 무한한 늪으로 본다. 거기에는 과거, 현재, 미래의 구분이 없이 오직 현재라는 상황 속의 계속만이 있을 뿐이다.

이는 국가마다 다른 문화적 상황에서 언어의 차이가 불러오는 의미상의 문제이다. 많은 사람들이 타 문화권 사람들과 대화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통역관이라고 가볍게 여기고 만다. 이런 사고방식은 문화와 언어와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한 소치일 것이다. 대체로 언어는 문화의 산물인 반면 문화는 역시 언어의 산물로서 문화와 언어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 언어의 직접적인 역할이다. 또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은 우리 문화의 본질을 부분적으로 결정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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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추락 당시 많은 사람들이 탑승자 명단에 신기하 의원의 이름이 포함된 것을 보고서 앞으로 큰 일을 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던 한 정치인을 잃었다는 슬픔을 금치 못했다. 비단 그가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항상 명확한 논리를 전개하면서 정치에 소신있게 임했던 보기 드문 정치인이었기에 아쉬워하는 마음이 더했는지 모른다.

괌 당국은 여러 채널을 통해 “신기하 의원의 시신부터 먼저 수습하라”는 메시지를 받았으나, 위기발생시의 지침을 제시한 위기관리 매뉴얼 따르면 “어린아이, 노약자, 여자, 성인남자” 등의 순으로 사고처리를 해야 한다. 신기하 의원은 제일 마지막 순서였고, 결국 괌 당국과 한국 정부 및 국회간에 신기하 의원 시신 수습과 관련하여 상당히 많은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괌은 미국령으로 미국적인 가치관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에 우리와는 문화적인 갈등이 일어날 수 있는데다 특히 추락사고는 미국 본토에서 관리들이 직접 와서 개입하고 있었기에 갈등의 폭은 더욱 컸다.

그때 우리의 언론보도는 그 심각한 문화적 갈등을 다루고 있는데, 조선일보 박재영 기자가 1997년 8월 11일 2면 기자수첩에 쓴 “괌 현장의 문화충돌” 기사는 문화충돌을 더욱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10일 유족들을 대상으로 시신 사진 확인작업이 벌어진 괌 퍼시픽 스타 호텔. 이날 사진 확인이 있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얼굴이 손상된 시신이나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 미국의 「원칙」과 시신을 보지 못한다면 사진이라도 봐야 한다는 한국적 「정서」가 서로 상충된 것이다. 미국은 참혹한 모습을 본 가족들의 충격을 예방한다는 점과 함께, 육안으로 사람을 확인하는 것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래서 희생자들의 치열 X선 사진과 지문자료를 요청했고 50명의 의사를 동원, 이틀 동안 유족들과 이들의 신원에 대해 면담했다는 것이다. 이 절차만으로도 확인이 가능한 시신의 신원은 모두 밝혀진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유가족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모든 시신 사진을 대책본부 옆에 전시하라는 주장도 있었다. 눈으로 보지 않고서는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였다. 미국은 『사진은 유족들에게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한다』며 반대했지만 수 차례의 논쟁 끝에 비공개 원칙에서 물러섰다. 이처럼 이곳에는 미국과 한국의 서로 다른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정서와 관행이 달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이 매일 발생한다. 대책본부에 설치된 유가족 상담소가 한산한 것도 이런 문화차이의 한 사례다.

미 적십자사는 유가족의 정신적인 충격을 달래기 위해 심리 학자까지 배치했지만 상담 건수는 의외로 적다. 유가족들의 생활지침을 담은 복사물도 가져가지 않아 분향소 옆에 수북이 쌓여있다. 서로 감싸 안은 채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고 흐느껴야 오히려 마음이 진정되는 한국인들을 미국인들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들이다. 9일 니미츠 힐을 방문했던 유가족 중에서는 사고 현장 주변의 흙을 담아온 사람도 있다. 다시 보지 못할 가족을 영원히 품에 두고 싶어서다. 언덕 아래쪽 부서진 기체가 놓여있는 바로 그곳에 꽃을 던지고 소주를 부으면서 울부짖는 유가족도 있었다. 사고 현장에서 1.5km 떨어진 도로변에 조용히 와서 묵념을 하고 가는 미국 유가족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다.

이번 사고를 보도하는 괌 현지 신문의 한 기자는 이런 표현을 썼다. 『한국인들은 살아있는 사람보다 죽은 사람을 더 소중히 여긴다.』그는 이 기사에서 문화와 관행이 달라 한국과 미국이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적고 있다. 이번 사고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 역시 이러한 한-미간의 문화차이가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는 느낌이다. <괌>

1997년 8월 11자 중앙일보 김용일 기자가 보낸 취재 일기도 참사 현장의 문화 갈등을 잘 나타내고 있다. 중앙일보 기사는 "대한항공 801편 참사로 가족을 잃고 괌을 찾은 유가족들은 현장에서 또 다른 고통을 맛봐야 했다. 사고 처리를 둘러싸고 드러나는 한, 미간의 현격한 인식 차에 따른 속끓임들이다. 유가족과 미 당국간의 '삐걱거림'은 지난 7일 오전 유가족들이 탄 대한항공 특별기가 괌에 도착하면서 비롯됐다. 유가족들은 즉시 현장에 가보길 원했다. 그러나 미 당국 측의 불허방침은 미동도 안 했다."고 전하고 있다.”

또 한국일보 97년 8월 8일 35면 사회면 뉴스는 ‘미군 “버스서 내리지 마라” 통제에 “관광 온 줄 아느냐” 항의와 분노’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이 보도하고 있다.

“괌의 니미츠 힐은 통곡의 언덕이 돼 버렸다. 7일 대한한공 801편기 추락참사 현장을 방문한 유족들은 시신조차 찾지 못한 희생자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었다. 유족들은 격한 슬픔에 더하여 울분과 분노마저 느껴야 했다. 희생자의 넋이 깃들여 있을 사고현장 땅을 한번 밟아 보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먼 발치서 달리는 버스 안에서 태극무늬가 선명한 대한항공 801편기 꼬리날개만 바라봐야 하는 처지에 유족들은 격분했다. 유족 3백 여명은 이날 상오 11시께 적십자회원, 자원봉사요원들과 함께 7대의 버스에 분승, 대책본부가 있는 퍼시픽 스타 호텔을 떠났다. 얼마쯤 달렸을까. 니미츠 힐로 향하는 6번 도로를 버스가 느린 속도로 오를 때쯤 『미군과 관계 당국이 사고원인 조사를 위해 현장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버스에서 내릴 수 없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순간 버스 안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술렁임은 그러나 야자수 나무 사이로 사고항공기의 꼬리날개 등 잔해가 언뜻언뜻 비치기 시작하자 분노로 바뀌기 시작했다. 유족들은 『우리가 한가롭게 관광이라도 하러 온 줄 아느냐』며 거세게 항의했고 이내 버스 안은 울음바다로 변해 버렸다. ”

이런 문화적 갈등의 심각성을 이해한 괌 정부 당국은 한국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한국적 정서에 익숙한 괌 대학(University of Guam)에서 관광학교수로 있는 스텐 멕게이(Stan McGahey)씨를 인터컬처럴 커뮤니케이션 자문으로 임명하여 한국인들의 정서에 맞출 수 있는 방법들을 강구하기로 했다. 국제적인 사고현장에서는 인터컬처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게 된 좋은 계기가 된 것이 괌 대한항공 추락사고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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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의 김경해입니다. 큰생각과 큰PR을 위한 이야기들을 나누어 보겠습니다. by 김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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