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왜 필요한가?


김경해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사장

한국 위기관리 연구소장

kyonghae@commkorea.com

 

2008년 올해만 해도 우리는 정부와 기업들이 다양하고 끊임 없는 위기 상황들과 직접 맞닥뜨리는 것을 목격했다. 또한 그들이 각각 어떻게 대응에 실패를 하고 또한 살아남고 있는지를 생생히 바라보고 있다. 비단 이들뿐 아니라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위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조직들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위기관리는 중요하다.

 

위기, 언젠가는 발생한다

 

어떤 위기라도 언제든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은 위기관리 실무자들이 항상 간직해야 할 기본 철학이다. 우리는 위기가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안다 해도, 그것이 언제가 될지는 사실 모른다. 사람이 언젠가는 죽음으로서 생을 마감할 것은 알지만 그 죽음의 시간이 언제 다가 올지는 정확히 모르는 것과 같다. 이런 상황을 전문용어로 “known unknowns” (항공기가 추락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나 언제 어디서 어떻게 추락할지는 모르는 것이다) 라고 부르고 있지만 이것은 “unknown unknowns” (신이 아닌 인간들은 구 소련이 많은 승객이 타고 있는 대한항공 여객기를 격추시킬 것에 미리 대비 할 수는 없는 것이기에 신의 영역이라고 일컫는다) 가 아니기에 미리 대비(prepared) 할 수 있다는 것이 위기관리의 핵심이다.

 

인간의 죽음과 조직의 위기라는 것의 공통점은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겠다. 둘간의 차이점이 있다면 인간에게 죽음은 단순히 종결의 의미이지만, 조직에게 위기는 재앙과 기회라는 선택의 기로라는 의미라는 것이 다르다.

 

정부 기업 공히 위기관리 철학이 부족

 

올해 우리 정부는 연이은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엄청난 위기상황을 맞았었고, 이후 금강산 총격사건, 일본의 독도 관련 움직임까지 연이은 위기상황과 맞닥뜨리고 있다. 계속되는 위기 속에서 정부는 반복된 대응능력 부재와 실수들로 관리 역량을 계속 상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들을 비롯한 여러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엄청난 반목과 갈등이 깊어가고 있다.

 

정부의 위기관리 시스템 확보라는 명제는 이미 지난 여러 정부에서도 위기 시 마다 공통적으로 회자되었던 이슈다. 하지만, 실제로 위기관리 시스템이 적용되어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킨 사례는 너무나 찾기가 힘들다. 최근 대통령께서는 또 위기관리를 위한 통합적인 콘트롤타워의 필요성을 역설해 주셨는데, 이 또한 언제쯤 실현 가능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식품업계 기업들에게 기억에 남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연초부터 연이어 터진 각종 이물질 사건들과 식파라치들의 활동 그리고 GM식품과 각종 가격 인상 이슈들이 논란과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위기상황들을 바라보면서 우리 기업들의 품질관리 의식, 위기대응의 방식, 적절하지 못한 대응기조, 늦은 대응 타이밍 그리고 나아가 해당 기업들의 철학들을 이야기 거리로 삼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온라인 네티즌들의 공격과 근거없는 루머들에 대해 너무 한 것 아니냐하는 반응을 보이기 까지 하는데, 분명 이는 기업 전체가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과 대응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선행되었더라면 그렇게까지 위협적인 상황으로 발전했을 이슈는 아니었다는 게 일반적인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많은 정부부처들과 기업들의 위기 사례들을 분석해 보고, 그들 실무자들에게 카운셀링을 해보면 전반적인 문제는 위기관리를 잘 했다 못했다하는 기술적, 결과적인 부분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그 이전에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이 조직 내에 정확하게 존재하는가하는 것과 발생한 위기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 기업의 철학이 투영되고 있는가?”하는 근본적인 물음이 생긴다.

 

기업 및 조직의 운영 철학과 명성 보호가 중요

 

앞서도 이야기 한 바와 같이 위기관리는 선택의 차원이 아니다. 위기는 기업 및 조직의 철학과 명성을 시험하는 계기이며 이런 계기는 항상 언제든 또는 반복적으로 생겨난다. 적절한 위기관리에 실패한 주체는 부실한 철학과 명성을 가진 기업이나 조직으로 전락된다.

 

한번의 위기가 발생되기 위해서는 약 300여 번의 전조가 감지된다는 통계가 있다. 그러나 이 300여 번의 전조를 감지하지 못하는 정부부처나 조직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조지 소로스가 말하기를 명성을 쌓는 데는 50년이 걸리지만 이를 잃는 데는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나라에는 사실 명성을 50년간이나 쌓은 기업도 그리 많지 조차 않다. 그렇게 보면 대부분의 기업들의 경우 지금의 그 명성도 잃기에 5분은 너무 길 정도다.

 

CEO의 적()인 위기

 

위기관리는 어떤 조직에서도 가장 중요한 업무 순위로 꼽혀야 마땅하다. 관심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는 위기를 발생 시킬만한 이슈들에 대한 관심이다. CEO의 가장 큰 임무가 무엇인가? 필자가 생각하는 CEO의 가장 큰 임무는 회사를 잘 되게 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면 회사가 잘 되는 것은 무슨 뜻 인가? 매출이 성장한다. 주주가 만족한다.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한다. 소비자가 품질 높은 제품으로 만족해 한다. 이 모든 것들이 회사가 잘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위기는 어떤 결과를 가져오나? 잘못된 위기관리는 곧 매출을 떨어뜨린다. 주주를 실망시키고 직원을 불행하게 하고 소비자들을 화나게 한다. CEO의 임무를 방해하는 것이 바로 이 위기다. 이 의미는 위기를 관리하지 못하는 CEO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CEO인 위기

그렇다면 위기는 CEO로부터 결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일까? 하지만 HP의 칼리 피오리나, 닛산의 카를로스 곤, 크라이슬러의 아이아코카 등 뛰어난 CEO들은 빨간 불이 켜진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구원투수처럼 이리저리 불려 다니고 있다. 만일 대부분의 CEO들이 위기를 사랑할 수 없다면 적어도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흔히들 위기는 기회라고 말하고 있으니.

 

경영상의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새로운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이유는 충격요법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기존 정책이나 사업의 실패는 단순한 경영자 개인의 실수라기 보다 조직적인 실패일 경우가 많다. 실패한 사업이나 정책이라도 담당자들이 있었을 것이고 예산이 투입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지간한 실패나 실수에 대해서도 조직은 단호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온정주의 성향이나 객관적인 평가의 어려움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새로운 CEO는 취임하면서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 및 제도 정비를 파격적으로 단행하는 경우가 많다.

 

위기일반의 경우를 본다면 CEO 스스로 알고 있으면서도 쉽게 고치지 못하는 조직의 문제점들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은 세무, 회계, 유통, 영업 부문 등에서 오랜 동안 당연시 되어온 회사나 업계의 잘못된 관행일 수도 있고, 조직내의 뿌리깊은 파벌, 의사소통 부족 일 수도 있다. 많은 경우 이러한 문제점들이 위기상황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CEO들은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위기상황에서는 기존질서의 반발이 크게 약화되기 때문에 조직 내에서 새로운 변화학습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뛰어난 CEO들에게 위기는 타성에 젖은 기업을 변화시키기 위한 아주 중요한 기회가 되는 것이다.

 

현명한 CEO는 완벽한 위기관리 꿈꿔야

 

이전 정부나 기업들의 위기관리는 대언론 위기관리에 편중이 되어 있었다. 부정적이거나 불필요한 여론을 미연에 방지하고 사전에 제거하는 데 역량을 쏟아 부었었다. 그러나 국민들이나 소비자들의 소통환경은 이전의 그것과 크게 달라졌다. 개인미디어가 생겨났으며, 기존 언론의 하루 단위의 뉴스 생산 주기가 초 단위로 단축되었다. 이 의미는 정부나 기업이 보유하던 예전 형식의 위기관리 시스템이 이제는 아무 효과가 없어졌다는 이야기다.

 

정부나 기업에게 더욱더 새로운 위기관리 철학이 요구되는 때가 왔다. 스스로 더욱 완벽해 져야 할 시대가 왔다. 발생한 위기를 막아내는 데 집중하던 역량을 사전에 감지하고 예방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또한 좀더 구조화 된 통합적 시스템으로 발생한 위기를 적절히 관리할 수 있도록 평소에 많은 역량을 투입하는 것도 권장되겠다.

 

항상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약간의 비아냥스러운 평가를 받곤 한다. 많은 조직들이 위기를 실제로 겪을 때는 이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해 갈증을 느끼고, 관심을 두지만, 위기가 어느 정도 사그라지고 나면 이에 대한 관심도 같이 사라지곤 하는 게 일반적이다.

 

정부의 지도자나 성공한 기업의 CEO들이라면 인간의 이러한 본성을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한다. 지속적으로 위기의식을 고양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고민하고 시스템적으로 대비하는 활동을 진행해 나가는 것이 현명하고 성공한 지도자와 CEO의 본분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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