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해 컬럼] 원숭이 이야기

2008년 12월 10일 14시 48분

시인 김남주는 '원숭이와 설탕'이라는 시에서 인디언들의 원숭이 사냥법을 묘사하였다. 야자 열매를 따서 그 옆구리에 구멍을 판다. 원숭이의 빈손이 들어갈 만하게 파서 거기에 원숭이가 제일 좋아하는 설탕을 넣고 높다란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는다. 그러면 원숭이가 와서 구멍에 손을 찔러 넣고 덥석 설탕 덩어리를 움켜쥐게 된다. 하지만 설탕 덩이를 거머쥔 원숭이의 주먹손은 아무리 용을 써도 빠지지 않는다. 끝까지 원숭이는 설탕을 포기하지 못하고 팔이 빠지도록 당기기만 한단다. 결국 원숭이는 인디언이 쏜 화살에 맞고, 죽고 나서야 주먹을 펴고 설탕을 놓는단다.

이 이야기는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하다. 우리 인간들도 때로는 유사한 어리석음을 저지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보다 더 큰 가치를 위해서 작은 욕심을 버려야 하는 경우에도, 끝내 움켜쥔 채 손을 펴지 않아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하지만 여기서 소개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쉽게 놓음으로써 더욱 마음의 평온을 되찾은 사람에 관한 것이다.  

류근철 박사는 대한민국 1호 한의학 박사다. 1956년부터 개업의로 진료를 시작한 류박사는 1972년 세계 최초로 침술로 제왕절개수술 마취에 성공하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올해 8월 평생 모은 5백78억원 상당의 재산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기부했다. 이는 국내 개인 기부 사상 최고액에 해당한단다. 필자가 언론계에 있을 때 류박사를 개인적으로 수차례 만난 적이 있다. 당시에는 돈에 대한 집념이 너무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으나, 결국 이런 좋은 일을 하기 위해 열심히 벌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필자의 그 당시 생각이 부끄럽기만 하다.  

기부를 결심하게 된 계기를 기자가 묻자 그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고 대답했다. 1919년 독립운동 당시 고문 후유증으로 몸져눕는 바람에 류박사는 초등학교를 제대로 다닐 수 없을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류박사의 어머님은 거지들이 밥을 달라고 하면 자신의 끼니를 대신 내어 주실 정도로 심성이 고왔던 분으로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이처럼 남을 돕는 사랑의 마음은 가족, 친구, 직장동료 등 주위로 점점 퍼져나간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특징들이 많겠지만 남을 위해 자기 것을 기꺼이 내어 놓을 수 있는 '베풂'은 본인 뿐 아니라 보는 이들로 하여금 훈훈한 마음을 느끼게 하니, 그 의미가 각별하다고 하겠다.

요즘 IMF 이후 경제상황이 최악이라고들 한다. 길거리 무료 급식소에를 찾는 사람들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을 지원하는 지원금은 오히려 줄고, 오른 물가만큼 식자재 구입부담도 커졌단다. 또한 경제 한파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기업들의 기부가 줄어 주요 자선단체들은 연말연시 이웃돕기 캠페인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소액의 개인 기부가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는 희망적인 소식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분명 한국 사회를 한 단계 더 성숙하게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연말연시 다들 어려운 상황이고, 우리 여행업 종사자들 또한 더없이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나보다 더 어려운 주위를 한번 쯤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우리는 원숭이와는 다른 '베풂'의 가치를 아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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