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는 PR의 가장 최첨단기능으로 부상하고 있다.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 단체 및 국가는 21세기 생존전략에 문제가 있게 된다.
많은 국내 기업들이 위기관리 매뉴얼(crisis management manual : CMM)준비를 위해 현재 고심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도 5~6개 기업들로부터 CMM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기간과 예산에 대한 문의를 받은 바 있다. 이처럼 CMM은 21세기의 거친 파도를 헤치면서 항해할 수 있는 필수품이 되어가고 있으나 우리기업들은 아직도 CMM주위를 맴돌고만 있다.
천문학적인 보험료는 지불하고 있으면서도 위기발생에 대비한 투자는 아깝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낙오하고 도태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쿠어스 맥주병 속에서 생쥐가 튀어 나오다
1988년 7월 미국 플로리다의 죤 하베이(John Harvey)라는 한 실직자가 쿠어스(Coors) 맥주운반트럭 때문에 교통사고가 난 것에 분개해서 일을 저지른다.
쿠어스에서 운영하는 소비자직통전화(Coors Consumer Hotline)를 통해 맥주캔 속에서 죽은 생쥐를 발견했다고 고발한다. 쿠어스사는 그 전화를 받고 다음 날 즉시 소비자문제를 다루는 두 명의 직원을 보내서 하베이氏에게 1,500달러와 맥주통 속에 있었던 생쥐와 맞바꾸자는 제안을 한다. 하베이氏는 처음에는 35,000달러로 올려달라고 하다 다시 50,000달러를 주면 맥주캔과 죽은 생쥐를 돌려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쿠어스사는 이 제안을 거절한다.
며칠 후 하베이는 지방 텔레비젼 방송국과 접촉하여 오후 6시 뉴스시간에 생쥐 기사가 방영되게 기자와 접촉하였다. 곧 이 생쥐사건은 콜로라도에 있는 쿠어스 본사의 PR팀에 보고되어, PR팀은 즉각 최고경영자에게 알린다.
쿠어스의 PR팀은 즉각 생쥐에 대한 테스트를 실시할 것을 주장한다. 여러 번의 테스트를 통해 다음의 두 가지 사실이 밝혀진다.
첫째 생쥐는 실험 일주일 전에 죽었다. 그러나 맥주캔은 그보다 3개월 전에 뚜껑이 봉해졌다.
둘째 생쥐는 물에 빠져서 죽은 것이 아니고 뚜껑 안으로 밀어 넣어지는 과정에서 생긴 상처 때문에 죽게 되었다.
그러나 쿠어스사는 텔레비젼 방송국사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해 “캔속의 생쥐”를 녹화한 필름은 그 지역에서만 72회나 방영이 되었다. 그래서 그 지역 쿠어스 대리점들은 250,000달러의 매출 손실을 보게 되었으며 쿠어스사의 이미지에는 이보다 훨씬 더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첫 기사가 방영된 후 4개월만에 하베이氏는 구속되고 감옥에 가게 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쿠어스사는 PR측면에서 큰 실수를 범한 것이다. 이런 사건에 대해서는 즉각 본부의 PR팀에 보고해서 전문적인 대책이 필요하나 현지에서 1,500달러를 줘서 무마하려고 한 것은 위기관리 측면에서 하나의 대실수(fiasco)이다. 즉각 최고경영자에게까지 보고되어 본부의 위기관리 전문가가 개입되었어야 하였으며, 지방 텔레비젼사들과 주요 인쇄매체에도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니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 추측보도를 하지 말아달라고 강력한 요구를 했어야 되었으나 총 72회나 지방 텔레비젼을 통해 보도가 나가게 되어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었다. 이처럼 위기상황에서는 회사 내부의 위기관리 전문가가 즉각 개입되어야 하고 최고경영자에게 전달되어 효과적인 대언론, 대소비자, 대정부 전략이 수립되어야 하는 것이다.
돌고래와 참치
바다에서 돌고래가 뛰놀면 그 바다밑에서 참치가 있다는 사실을 어부들이 알게 되면서 미국 최대의 참치 통조림 회사는 위기를 맞게 된다. 어부들은 참치를 잡기 위해 돌고래가 뛰고 있는 현장에 그물을 내리게 된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잡힌 참치의 숫자보다 돌고래가 더 많고 그 돌고래가 그물에 갖혀 신음하면서 죽어가는 장면이 생생히 비디오로 촬영되 환경단체들이 사회적인 이슈로 만들면서 위기는 증폭된다.
이 사례는 위기를 잘 관리하여 성공한 사례로 꼽히고 있고 특히 위기관리후의 ‘회복(recovery)'단계에 만든 광고는 아주 효과적이었다. 제목은 “ Thanks, Kids' 즉 ’어린아이 여러분들 정말 감사합니다‘였다. 어린아이들이 돌고래를 죽이면서 잡은 참치 보이콧운동에 참여하며 참치샌드위치를 거부한 것이 스타키스트 회사가 위기를 맞게한 주요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광고제목에 어린이들에게 오히려 감사를 표시하면서 위기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린이라는 공중을 향해서 던지는 핵심메세지(Key Message)는 더욱더 감명적이다. ’이제부터 스타키스트는 돌고래의 친구 입니다.‘는 PR의 진수인 핵심 메시지 작성법의 모델이 되고 있다.
이제부터 우리 회사는 더 이상 돌고래를 죽이면서 잡은 참치를 구입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런 참치로 통조림을 많들지도 않을 테니 이제 스타키스트는 진정한 돌고래의 친구가 되겠다는 것이다. 실제 어린아이들 대표를 바다 한가운데 어획 현장으로 초청해 돌고래와 친구가 되는 모습을 목격하게 하고 그들이 돌아와 신문이나 TV에 ‘증언(testimony)하게 되면 한순간에 위기가 극복이 되는 것이다. 핵시메세지의 중요한 역할을 느끼게 하는 좋은 사례이다.
구체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1. 위기발생시 기업이 취하는 3가지 행동유형
기업의 PR기능 및 활동이 가장 심각하게 도전을 받게 되는 경우는 기업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효과적인 위기관리가 되지 못해 그 기업의 신뢰도와 이미지가 순식간에 땅에 떨어지게 되는 때이다. 또한 경영진과 PR담당자들은 사실을 찾아내려는 신문, 방송 등으로부터 상당한 정신적 압력을 받으면서 효과적인 언론대응을 해야한다.
이러한 위기에 처하게 될 때 기업들이 취하는 행동은 대강 세가지로 나누는데 그 중 하나가 우선, '철벽을 쌓는 일'이다. 즉, 위기 상황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언론매체의 질문을 회피하며, 관계 정부기관의 개입을 저지하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나사(NASA:미국 항공 우주국)의 챌린저호 폭발 사건을 들 수 있다. 나사는 챌린저호가 폭발하고 승무원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노코멘트 전략으로 일관했다. 사건 직후 공식 성명서도 발표하지 않았으며, 보도자료는 물론이고 정보나 자료를 일체 공개하지 않았고, 언론 매체의 접근까지도 막았다.
기업들이 택하는 두 번째 전략은 기업측에 불리한 사실은 숨긴 채 부분적이고 때로는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이 사실이 밝혀지게 되면, 솔직하지 못한 기업이 태도가 알려져 신뢰도는 허물어지게 된다.
세 번째는 개방된 커뮤니케이션 정책을 택하는 것이다. 기업은 사건에 대한 정보 및 배경 자료들을 언론 매체에 제공하면서 신속, 정확하게 사건을 보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솔직하게 전해진 내용으로 당장은 공중에게 충격을 주겠지만 사건 은폐나 무마에 따른 유언비어 및 의구심을 줄이게 되어 결국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위기를 공중에게 알리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례로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과 여기에서 살펴볼 돌고래 보호운동과 관련된 스타키스트 참치사건을 들 수 있다. 두 사건 모두 언론에 공개적인 전략을 취했으며 사건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함으로써 목표 공중의 우호적인 반응을 도출해 냈다.
특히 스타키스트 사례는 오늘날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환경과 관련된 문제이다. 과거 환경 보호론자들의 비난과 공격을 받던 스타키스트가 어떻게 위기를 관리하고 환경보존에 앞장을 서게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2. 사건의 개요
참치 통조림에 애용되는 동태평양의 참치들은 돌고래의 배 밑에서 헤엄을 치는 습성이 있다. 이로 인해 그 동안 참치 어획과정에서 수많은 돌고래들이 죽거나 다쳤다. 따라서 환경 보호 단체들은, 돌고래가 지능이 있는 동물이며 인간과 유사하고 상어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이로운 동물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무분별한 어획을 중지하도록 요구했다. 또한 각 참치 통조림 회사에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으며, 1972년에는 해양 포유동물 법안(Marine Mammal Act)을 제정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것은 돌고래 포획을 일부 허용하는 제한적인 법안이어서 환경 보호론자들은 만족하지 못했고, 그들은 계속해서 돌고래 보호에 대한 여론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노력했다.
때마침 1988년 지구섬 연구소(Earth Island Institute)라는 환경단체의 해양생물 학자인 사무엘 루버디(Samuel Lubudde)가 참치선박의 요리사로 가장하여 참치어획과정에서 수백마리의 돌고래가 죽어가는 생생한 모습을 촬영하여 공중들에게 영향력있는 영상물을 확보하였다. 그는 총 5시간 동안 돌고래 포획과 도살 장면을 촬영했다. 루버디의 비디오는 많은 대학 및 협회 등에서 상영되면서, 돌고래 보호에 대한 공중의 지지와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환경 보호론자이자 A&M 레코드사의 공동 설립자인 모스씨의 부인은 "돌고래의 참상을 알리는 밤(Dolphin Awareness Evening)"에서 배우, 프로듀서, 감독 등에게 이 필름을 공개했으며, 그 결과 "러셀워폰II"라는 영화에까지 어린아이들이 참치샌드위치를 거부하는 장면이 나와 돌고래 보호운동의 절정을 이루게 된다.
이후 A&M 레코드사의 사장이자 역시 환경 보호론자인 제리 모스는, 스타키스트의 모회사인 케찹과 마요네즈의 세계적인 회사인 하인즈의 회장 오라일리(O'Reilly)와 하인즈 기업 PR 담당자 테드 스미스를 직접 만나서 '돌고래 보호'에 대한 시민들의 입장을 전했다. 당시 제리 모스는 보통의 환경 보호론자들처럼 강경하거나 자신의 생각만을 일방적으로 전달하지 않았으며, 시종일관 예의 바르고 호감있는 태도를 견지했다. 회담에서는 '돌고래를 보호하겠으며, 또한 돌고래를 죽이지 않고 참치를 잡는 방식은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등의 내용이 거론되었다. 모임 후에 제리 모스는 오라일리에게 메일을 보내서 신속한 활동을 촉구했다. 이후 이 사건은 점차 확대되어서 국회에서까지 논의되었고, 연예인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참치 보이콧 운동에 참여했다. 또한 학교 급식에서 참치가 빠지기 시작했고, 불매운동이 곳곳에서 일어났으며 국민의 60%이상이 이 사건을 알게 되었다.
이에 따라 스타키스트의 매출액이 급속도로 떨어졌으며, 회사 이미지도 손상되었다.
3. 위기관리전략
다음으로 스타키스트사의 위기관리전략에 대해 살펴 보자.
첫 번째, 스타키스트는 모회사의 하인즈와 긴밀한 내부협조와 조정을 거친 후 '돌고래 안전 정책' 제안서를 마련했다.
두 번째, 커뮤니케이션 및 품질 담당자인 불루멘달(Bloemindaal)을 대변인으로 정해서 회사의 입장 및 의견을 일관되고 통일성있게 내보냈다.
세 번째, 목표 공중을 총 8개로 나누고 각각에 맞는 핵심메시지(key message)를 개발해 전달했다. 그리고 소비자의 신뢰와 믿음을 회복하기 위해 새로운 돌고래 안전 정책을 실시했다.
환경보호론자 : 보이콧을 조장하고 여러정보를 공개하는 환경단체들
소비자 : 참치를 직접 구입하고 있지는 않지만, 다시 참치제품을 사도록 해야 하는 소비자
어린이 : 부모에게 참치제품을 사지말라고 조르는 아이들
주주 : 주가하락으로 주식을 매도할 주주들
소매업자 : 참치를 상점에 비축하지 않으려는 소매상들
종업원 : 참치산업과 그들의 직장에 대해 염려하고 있는 종업원들
어부 : 직접적으로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을 두려워하는 어부들
통조림 제조업자 : 참치사용의 침체로 인해서 피해를 입게될 통조림 제조업자들
스타키스트의 8개 목표 공중들
특히 스타키스트는 '돌고래를 잡지 않고 참치만을 잡도록 한 점이나 환경 보호에 관심을 갖게 한 점'에 대해 환경론자들에게 감사를 보냈다. 또한 어린이들에게도, 직접 신문광고를 통해 많은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고 표시를 했다.
네 번째, 스타키스트의 모든 중요한 결정은 바로 이사회에 보고되어, 일원화된 관리 및 통제가 이루어졌다.
다섯 번째, 1990년 4월 초 스타키스트는 새로운 정책을 개발했다. 이 정책은 공중에 대한 약속과 회사 PR의 목표 등을 담고 있다. 즉, 스타키스트와 하인즈를 다른 회사와 차별화 시키며, 소비자와 환경론자들이 좋아하는 기업 이미지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 정책의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스타키스트는 포유 동물, 거북이, 바다새를 잡는 단체에서 참치를 포함한 어떤 다른 고기도 사지 않겠다.
두 번째, 스타키스트는 돌고래의 생명에 위험을 주는 도구를 통해서 잡은 참치는 사지 않겠다.
이상과 같은 정책을 통해서 스타키스트는 자사를 환경 친화 기업으로 포지셔닝하고, 다른 경쟁 기업들과 차별화시켜 소비자들의 신뢰와 호의를 얻고자 했다. 그리고 '지구 환경의 날'인 4월 12일 오후 2시 기자 회견을 통해서 새로운 정책을 공식적으로 선포했다. 그러나 범블비(Bumble Bee)나 치킨 오브 더 씨(Chicken of the Sea)와 같은 경쟁 회사들도 같은날 기자 회견을 함으로써 스타키스트는 예상했던 것 보다는 덜 주목을 받게 됐다.
여섯 번째, 스타키스트는 새롭게 '돌핀 세이프(Dolphin-safe)'참치를 출시했다. 이 참치 캔에는 '돌고래에게 무해함(No harm to dolphins)'이라는 문구를 써서 환경 친화적인 제품임을 알렸고, 약간의 가격 인상과 제품 함량에 변동이 없음을 함께 표시했다.
일곱 번째, 제품 출시와 함께 이벤트를 실시했다. 즉, 돌핀 세이프 참치를 출시할 때, 스타키스트는 참치 100만 상자를 무료로 LA 선교단과 부랑자에게 집을 지어주는 단체에 기증을 했다.
여덟 번째, 스타키스트는 제3자를 활용했다. 자사의 참치가 돌고래에게 해를 입히지 않고 잡은 참치라는 것을 정부 기관의 전문가들에게 공인을 받았고, 이를 통해 전문성과 신뢰성을 확보했다.
아홉 번째, 사전 대응적인 자세를 취했다. 물론 초기에는 환경론자들의 행동과 항의에만 대처하는 소극적인 관리를 했으나, 이후에는 적극적으로 PR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위기 극복 전략을 실시했다.
열 번째, 스타키스트는 많은 PR전술을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즉, 직원들에게 비디오물 발송, 위성 미디어 투어 실시, 보도자료나 팜플렛 배포, 회사 정보를 담은 Fact sheets 제공, 기자들이 참조하기 용이한 Q&A 자료나 방송 기자들을 위한 비디오 보도자료 발송, 전문가 기고란 활용, 참치 중개상들에게 비디오 테이프 발송 등과 같은 다양한 전술들을 이용했다.
4. 결과
이러한 스타키스트의 노력은 첫째, 언론의 긍정적인 보도를 불러왔다. 즉, 많은 언론들이 스타키스트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거나 비난하는 태도를 자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객관적이고 정확한 기사를 쓰거나, 아니면 회장에 대한 긍정적인 면이나 회사의 금융상태가 견실하다는 점과 같은 우호적인 기사들을 기재했다. 이러한 언론의 호의적인 태도는 위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됐다.
둘째,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스타키스트 참치의 판매량이 감소하지 않았다.
셋째, 환경론자, 소비자, 어린이 등을 비롯한 다양한 목표 청중의 지지와 신뢰를 얻었다. Grunig 교수의 PR모델 중 쌍방향 균형 모델에서 조직과 공중은 바람직한 관계를 맺기위해 동시에 변해야 한다. PR활동을 통해 공중의 요구에 적합하게 변화해가야 한다. 오늘날 기업의 사회적 책임론은 바로 쌍방향 균형 모델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것이 기업의 이윤을 보장해준다고 볼 수 없다는 반론이 있지만 스타키스트의 위기관리 전략은 기업과 사회가 공존할 수 있는 하나의 모델을 제시해주었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5. 평가
(1) 잘못한 점
1) 회사가 가지고 있던 주된 위기관리계획에 환경관련이슈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음
- 위기관리계획에는 기업의 이익과 직접관련이 되고 예측이 용이한 일반적인 이슈들 뿐만 아니라 환경관련 이슈를 포함하여 다양하고 미묘한 이슈들도 당장은 기업의 이익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사전에 위기관리 매뉴얼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2)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기 전까지는 사후대응적인 방식(reactive manner)으로 참치-돌고래 이슈를 다룸
- 어떠한 사회적인 이슈나 문제가 기업과 관련하여 공개적으로 드러나기 이전에, 그리고 어떠한 단체들이 기업에 요구하기 이전에, 사후 자사와 연결될 가능성에 대비한 전략을 수립하여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3) 실행 계획에 대한 Heinz 이사위원회의 만족을 얻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돈 낭비
- 공중관계를 증진시키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실행계획을 개발하고 실시하는 데는 상사의 입장이 아닌 공중의 입장과 실행주체의 입장이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4) 기자회견 개최 시간 선정의 잘못
- 경쟁사들이 유사한 정책을 당일 발표 할 수 있는 시간에 기자회견을 개최함으로써 "최초의 돌고래 안전정책을 발표한 유일한 참치회사"로서 홍보되는 효과가 반감됨. 즉, 경쟁사들의 반응에 대해서도 사전대응적인 전략이 부족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새로운 정책 발표 준비에 있어서 경쟁사들의 반응을 고려한 좀더 치밀한 전략이 필요했다.
(2) 잘한점
1)차별화전략 채택
(a) Starkist와 모회사인 Heinz를 돌고래를 죽이면서 기업 이윤을 창출하는 회사들과 완전히 차별화하였다. 특히 Heinz사는 케첩, 마요네즈 등 다양한 식품을 판매하고 있기에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비치는가는 아주 중요한 이슈이다.
(b) 소비자들과 환경론자들을 만족시키는 기업이미지를 제고시키는 것 등을 PR 목표로 설정하여 회사가 공중들의 관심사항을 처리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도록 해 줌. 즉, 이슈에 대해 (말로만 하는게 아니라) 실제 행동을 취한 것이라 평가된다.
2) 기자회견을 통한 PR 효과
-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돌고래 안전정책을 발표함으로써 행동을 취하는 솔선수범하는 기업이미지를 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최초로 정책을 발표한 점도 홍보효과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기자회견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책임 있고, 재정적으로도 견고한 회사라는 우호적 신문기사와 방송보도가 이루어져 더욱 효과적이었다.
3) 기자회견을 전략적으로 계획한 날인 '지구의 날' 맞춰서 시행
-시기적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일반공중이나 환경단체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었을 것이며, 더 나아가 친환경적 기업이미지 제고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공중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기업이미지가 제고되는 효과가 발생했다고도 볼 수 있다.
4) 기자회견후 신문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환경단체, 소비자 불매운동, 어린이들의 걱정, 기업내부의 논쟁들이 새로운 정책을 유도했음을 인정함.
새로운 정책제안에 대해 자신들의 공이 아닌, 환경단체, 어린이, 소비자들과 같은 공중들에게 공을 돌림으로써, 공중들의 관심사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미지를 제고시키며, 공중들이 만족할 수 있는 전략이었던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5) "Thanks, Kids"(어린아이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광고 및 환경의식이 있는 어린이에게 "Starkist Starkids"훈장 수여
이는 어린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어린이들을 높이 평가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부모를 설득하는 영향력이 있는 어린이들에게 참치 구매에 대한 설득을 유도해낼 수 있는 전략으로도 평가된다.
6) 돌고래-안전 참치캔 100상자를 LA 자선단체에 기증하는 이벤트를 벌임
자선단체에 기증을 통해 돌고래-안전 참치에 대한 홍보 효과 및 사회공헌성이 높은 기업으로도 인식될 수 있는 좋은 전략이었다고 생각된다.
7) 다양한 PR전술의 사용
(a) 인공위성 미디어 투어, Press Kits, 외부/내부의 Q&A, 종업원을 위한 비디오, 참치중개업자를 위한 비디오 뉴스 릴리스(VNR), 배경자료, Op-Ed pieces(전문가/독자 기고), 다수의 보도자료, 안내책자 등과 같은 다양한 PR도구의 활용과
(b)식료품담당기자, 식료품관련업체, 의회 및 상원, 환경단체, 학교장, 학교 식당 관리자, 슈퍼마켓 소비자 담당관리자, 잡지 편집자 등에게 직접 우편물발송 등 각 공중에게 효과적인 매체들을 다양하게 사용함으로써 공중에게 정보를 잘 전달하고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8) CEO의 적극적인 추진력이 있었다.
카타르시스만 맛보지 마라
위기와 관련하여 종종 카타르시스(Catharsis)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카타르시스의 의미는 예를들어 친한 친구가 갑자기 교통사고로 생명을 잃었다는 비보에 접했을 때 여러 가지 동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이 친구의 처지가 되지 않아 다행이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 기업의 경쟁사가 현재 큰 위기에 부딪혔을 때 자사가 그런 불행한 처지를 당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카타르시스만 맛보는 최고경영층이나 고위층 인사들이 있다면, 그들은 기업을 경영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로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 경우 위기관리 능력이 있는 경영자라면 경쟁사의 위기상황으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어 자사의 기업경영에 유익한 교훈들을 이끌어 내고 또 자사의 위기관리전략이 제대로 수립되어 있는지 확인, 검토해야 할 것이다. 타산지석이란 옛말도 있지 않은가. 다른 기업, 조직이나 개인들이 위기(Crisis)에 처했을 때 내가 저런 상황에 처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카타르시스만 맛볼 것이 아니고 항상 "내가 저런 상황에 처해 있다면 나는 어떻게 대응하겠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오늘날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 속에서 어떤 분야에서 선두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던 기업이 위기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후발 자에게 선두자리를 내어주고 사양의 길을 걷게 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한번은 내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한 미국인 사업가가 "Are you from R.O.T.C.?"라고 질문해 R.O.T.C.가 뭐냐고 물은 적이 있다. "Republic of Total Crisis" 즉, "총체적 위기 공화국"이라는 얘기다. 성수대교가 붕괴되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전직 대통령들이 감옥에 가고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감옥에 가는 일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이 말이 있고 난후 3C라는 말도 나왔다. 즉 Crisis, Corruption and Comedy라는 것이다. 이 큰 사건이 일어나고 부패(corruption)가 만연해서 온통 코미디(comedy) 자체라는 것이다. 이제 위기관리에 대한 사전대응에 더욱 관심을 갖고 위기관리 전략 수립에 나서야 할 때이다. 특히 21세기를 위기관리의 시대라고들 한다. 위기관리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한 국가, 개인, 기업은 21세기에는 살아 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위기상황에서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본다. 내가 코리아헤럴드 기자로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출입할 때 일이다. 현대그룹 명예회장인 정주영 회장에게 한 출입 기자가 "정회장님, 회장님은 언제 뵈어도 검소하시고 절약하고 있는데 아드님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라고 물었다. 이에 정회장은 "나도 인정하오. 그러나 나는 가난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왔으나 그 놈들은 돈 있는 아버지를 뒀으니 다를 수밖에 없지 않소." 라고 답하며, 어려운 국면을 재치있게 넘어갔다.
정주영 회장의 위기상황에서의 지혜로운 대응능력에 많은 기자들이 그를 좋아하고 또 인간적으로도 존경했다. 또 김대중 대통령이 전 김영삼 대통령과의 대통령 선거전에서 패배한 후 정계 은퇴를 선언했었지만, 그 이후 다시 대통령 출마를 하게 되었을 때의 일이다. 그때 김 대통령은 변명으로 일관하기보다는 마음을 바꾼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정면 돌파했다. 언론과 국민은 한번은 속을 수 있겠지만 두 번은 속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는 간파하고 솔직하게 대응한 것이다. 휼륭한 위기관리자의 면모와 함께 탁월한 지도자고서의 이미지를 볼 수 있었다. 위기상황에서는 다른 명분으로 일관하기보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정면 돌파하는 지도자가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의 소유자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국가나 기업은 물론 개인에게도 돌발할 수 있는 위기상황을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타인의 또는 타사의 위기상황에서 카타르시스만 느끼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쟁점을 관리하라
쟁점관리란 조직과 관련된 쟁점(Issue)을 조직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공공정책으로 성립시키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이다. 물론 여론 형성과정에서 공중은 모든 쟁점에 동일하게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반 공중이 쟁점에 대하여 부여하는 중요성의 정도가 그 쟁점의 위상을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최근 국회에서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는 쟁점들이나,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거론된 주요 쟁점들, 그리고 언론이 기획기사나 사설을 통해서나 톱기사로 제기하고 있는 쟁점들을 관리해야 한다. 이외에도 아직은 사회적으로 이슈화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중요 사안이 될 수 있는 쟁점들도 항상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나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경영층이라면 정부나 언론의 지도적 인사들과의 모임에서 항상 새로운 쟁점을 찾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쟁점관리(Issue Management)는 조직의 쟁점을 예견하고 그것이 핵심문제로 발전하여 위기상황에 이르기 전에 사전에 막는 기능을 하게 된다. 현재는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쟁점이 될 수 있는 사안들을 관리하는 것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기들을 완화(Mitigation)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주요 대기업들은 요즘 정부의 주요 부처, 국회 등을 출입하는 베테랑 기자들을 통해 주요 쟁점을 점검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에 사전적으로 보다 적절히 대응할 수 있기 위해서는 언론인 이외에도 사회 각 부문의 전문가들을 통해 쟁점을 취합하여 쟁점관리 전략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예방접종(Inoculation)을 하라
어느 조직이나 예상치 않은 위기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 위기의 가능성을 숨기기보다는 언론이나 공중, 정부 관련자들에게 우리 조직이 안고 있는 위기의 가능성에 대해서 사전에 들춰내서 얘기해주고 그 가능성에 대해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지를 자주자주 얘기해 주는 것이 좋다는 것이 PR의 예방접종이론(Innoculation Theory)이다. 평소에 예방접종을 맞게 되면 항체가 생겨 세균의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데서 근거한 이론이다.
조직과 관련되는 공중이 평소에 발생 가능한 위기들에 대해 얘기를 들은 바가 있으면 항체가 투입된 것이나 다름없다. 위기 발생에 관한 얘기를 듣고 의외로 생각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고 저 기업은 평소에 상 당부분 잘 준비해 왔기에 위기 극복을 잘 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흔히 위기관리라고 하면 위기가 발생한 후의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나 실제는 사전대응적(proactive)인 것이다. 위기가 발생 후의 관리를 위기 대응 또는 위기 대처라고 할 수 있으며 위기는 사전에 대응책이 수립될 때 효과가 있는 것이며 사건 발생 후의 수습 방안은 사후약방문에 불과한 것이다.
위기의 가능성의 대해서 밖으로 문제를 꺼내어 과감하게 정면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인 전략이지 음성적으로 숨기고 해서 위기가 피해가 주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이 예상치 않은 사건에 대비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보험료를 지불하고 있으면서 과연 얼마만큼 위기에 대비하여 사전적으로 전략을 짜고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겠다.
예방접종이론은 개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평소에 개인이나 가정에 올 수 있는 위기를 미리미리 점검해서 식구들이 같이 상의도 해보고 좋은 방안도 함께 연구해 두면 어떤 위기가 닥쳐와도 당황치 않게 되고 차분히 전략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전대응이 최선의 길
"김사장님, 어떤 신문에 저희 회사와 제품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게재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전화선을 통해 듣게 되는 이러한 고객의 다급한 목소리는 이제 나에겐 전혀 생소하질 않다. 왜냐하면 지난 10여 년 넘게 많은 외국 기업 및 관청의 PR업무를 대행하는 PR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받게 되는 질문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질문인 까닭이다.
이 경우 통상 나는 "이런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회사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일이나 그 언론사에 근무하는 사람 중에 평소 친밀하게 지내는 사람이 혹 있으십니까?"라고 상대방에게 되묻는다. 그러면 대부분 "한국의 언론 상황을 잘 몰라서 대비책을 세워두지 않았다"고 말하거나,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언론인과 너무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을 하여 친숙한 사람이 전혀 없으며, 부정적인 기사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면 더 큰 손해를 입는 결과가 올 수도 있다는 주변의 충고도 있고 하여 아무런 노력도 하지 못하고 있다 "는 답변을 주로 듣고서 놀라곤 한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에서 이 답변은 설득력이 없다. 왜냐하면 한국의 언론이 과거와는 매우 다르며, 급격히 변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아직도 이러한 생각으로 언론 대응을 계속한다면 그 기업은 한국에서 성공적인 사업을 영위하기가 점점 힘들어 질 것이다. 왜냐하면 변화하는 주변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앞서가기는커녕 점점 뒤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들에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우리의 속담을 들려주면서 사전대응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한 충고를 평소 아끼지 않는다.
일이 터진 후 이를 수습하려 하면 더 큰 물질적 손해와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될 뿐 아니라 이의 만회를 위한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 그러나 잘 계획된 사전 대응은 적은 비용을 들여 예상치 못한 큰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사전 대응이란 예방단계를 의미하며, 여기에는 많은 방법이 있다.
우선 자신의 기업체나 업계에 출입하는 젊은 기자부터 한번 만나보라. 기자들은 어느 나라에서나 거의 마찬가지지만 매우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그러나 기자가 상대방에게 일단 믿음을 갖게 되면 유익한 대화가 가능하고 밀한 관계로 쉽게 발전할 뿐 아니라 한국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데 유용한 좋은 정보들과 조언도 얻을 수가 있다. 그리고 일단 기자들과 좋은 인간관계를 맺게 되면 실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여러모로 큰 도움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러면 평소에 우리 분야를 출입하는 기자들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각 언론사들은 기사 실명제를 채택하고 있다. 평소 기사를 한 줄 읽더라도 그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누구인지 관심을 가지고 읽는다면 별로 큰 수고 없이 안면도 없는 기자와의 접촉을 수월하게 진행시킬 수가 있다. 자신이 읽은 기사 중에 큰 감동을 받거나, 평소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를 취재, 보도한 기사가 있을 경우 그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정말 시의적절한 좋은 기사였다'는 코멘트를 전달하거나, '독자로서 알고 싶었던 부분이었는데 보도해 주어서 감사하다'는 정도의 간단한 인사말로도 기자들은 자부심을 느끼고 또한 상대방에게 관심을 쏟게 된다. 만약 그 기자가 취재 중이어서 부재 중이라면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간단한 서신을 작성, 발송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화나 편지로 자신의 기사에 관심과 사랑을 보내는 독자를 기자는 오랫동안 기억하게 되며 기회가 주어질 때 쉽게 친해질 수 있다.
그리고 언론사의 인사란을 주의 깊게 읽고 승진, 혹은 부서의 이동이 있을 때 축하의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기자의 집안에 경조사가 있을 때 항상 따뜻한 관심을 표명하는 것도 언론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시키는 데 필수적이다.
또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자들과 함께 식사를 하거나, 지방의 시설물 탐방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을 떠나는 것도 효과적이다. 그리고 복잡한 서울을 벗어나서 경관이 뛰어난 지역이나 관광휴양지를 선택하여 어떤 분야의 최고 전문가와 직원들이 함께 하는 세미나나 워크숍 등에 기자를 초청하여 토론과 취재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좋다. 이 경우 정보를 제공해주면서도 레크레이션, 등산, 골프 등의 여흥을 자연스럽게 즐기면서 서로의 생각을 교환함으로써 기자들과 쉽게 친해질 수가 있다. 한국에서는 "상대방과 깊이 사귀고 싶다면 함께 여행을 하라"는 말도 있다.
이밖에도 기자를 자신의 집에 초대하는 것도 쉽게 기자와 사귈 수 있는 한 방법이다. 기자를 자신의 집에 초대하는 것은 자신의 생활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숨김이 없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뿐 아니라 상대방도 진솔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여 기대치 못한 의외의 새로운 정보나 자신의 사업분야에 대한 조언까지 얻을 수 있다. 또한 초대된 기자에게 자신의 사업분야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여 업계의 믿을 수 있는 정보통의 하나로 인정받는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
나는 한국의 여러 취재기자를 비롯해 담당부장들과 가깝게 지내는 몇몇 외교관과 사업가들과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들로부터 기자들과 친숙하게 지냄으로써 유용한 정보와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고 고백하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 그들은 거의 대부분 기자들과 함께 테니스를 치거나 등산, 골프, 스키 등을 타면서 서로 친해질 수 있었으며 이렇게 친분을 돈독히 함으로써 많은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는 말을 듣곤 한다. 더 나아가 기자들과 친숙해짐으로써 저명한 인사나 그들의 동료를 소개받기도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언론인들은 급격히 변화하는 우리 사회에서 지도적 위치에 있으며, 그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한국에 진출해 있는 약간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언론인과 친하려는 노력을 한다면 기자와 친구로 오래 남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전혀 예상치 못한 의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많다. 언론인과 친숙하면 할수록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개인적인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항상 노력해야 할 것이다. 부정적인 기사가 나가고 난 이후에는 이미 늦다. 미리 기자들과 친숙한 관계를 유지해두는 것이 최선의 위기대응이다.
기상위기에 대비하라
기업과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위기의 유형은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다양하지만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즉 항공기 불시착과 같이 발생가능한 것이라는 것은 알지만 언제, 어떻게, 어디서 발생할지 예측이 어려운 유형의 위기상황(Known Unknowns)과 소련의 KAL기 격추사건과 같이 전혀 예측이 불가능한 위기상황(Unknown Unknowns) 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러한 유형별 위기에 대한 준비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Known Unknowns"는 위기진단(crisis audit)을 통해 작업을 하게 되면 상당부분까지 미리 알 수 있게 된다.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잠재적인 위기 중 ”완화(mitigation)"작업을 하게 되면 잠재적인 위기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Unknown Unknowns"에 대해서는 사전대비가 거의 불가능하지만 “Known Unknowns"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준비가 가능하다.
지난 1977년 발생한 이리역 화약폭발 사고시 한국화약은 두 번의 사과문을 지면을 통해 언론에 게재했다. 첫번째 사과광고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리역화약폭발
“ 1977년 11월 11일 밤 이리역에서 일어난 화약폭발로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린데 대해 우선 지상을 통하여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이 사고로 불의의 참변을 당하신 사망자의 영전에 삼가 명복을 빕니다. 사망자의 유가족과 부상자 및 그의 가족 여러분과 이리 시민 여러분에게 무어라 죄송한 말씀을 드려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황급한 마음으로 우선 지상을 통하여 국민 여러분에게 무어라 죄송한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황급한 마음으로 우선 지상을 통하여 국민 여러분들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1977년 11월 12일
한국화약주식회사
이 정도의 사과문으로 해결될 사고는 처음부터 아니었다. 언론은 연일 한국화약이 져야 할 참사의 책임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질타했다. 3일 후 한국화약은 다음과 같은 제2차 사과문을 게재했다.
“ 거반 지상을 통하여 경황 중에 사과 드린 바 있습니다만, 이번 이리역 폭발사고로 국민 여러분에게 큰 충격과 경악을 불러 일으킨데 대해 우선 머리 숙여 사죄하오며 특히 사고 직후 신속한 복구대책에 힘써주신 정부당국, 각 기관, 그리고 재난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복구에 전념하고 계신 이리 시민여러분께 거듭 감사드립니다. 본인은 이번 사고에 대하여 법적, 도의적 책임뿐 아니라 모든 사력을 총 동원하여 앞으로 중앙 재해 대책 본부와 더욱 긴밀한 협조하에 조속한 피해 복구에 전력을 다할 것을 다짐하며 거듭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1977년 11월 16일
한국화약주식회사
회장 김종희 근배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사고발생 80시간이 지나서야 임직원이 아닌 회장의 이름으로사과문이 발표됐고 조속한 피해 복구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큰 위기에 봉착한 기업의 경영진과 홍보실 직원 등은 위기사건 발생시 당황하여 사과문을 꼼꼼하게 작성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봉착할 수 있는 위기와 관련하여 사안별로 사과문을 미리 작성해 두는 준비가 필요하다. 사소한 사안으로 인식될 수 있겠지만 실제 위기상황에서는 간단한 해명서나 사과문을 작성할 여유가 주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사전에 유형별로 광고 문안을 작성해 두고 실제 상황에서는 상황에 맞게 문구를 약간 고쳐서 사건발생 즉시 주요 언론에 광고가 게재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위기관리매뉴얼은 21세기 생존전략
이제 위기가 한번 발생하면 회사의 존폐와 관계된다. 위기에 잘 대처하면 살아남고 대처 못하게 되면 살아남지 못하게 된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의 경우 위기관리 전략이 전연 없었기에 지금 현재와 같은 상태가 되어 버렸다.
가장 발생가능성이 높은 유형의 위기에 대해 대비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위기진단(Crisis Audit)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기진단은 회사의 내부와 회사 밖의 경우로 나누어 실시해야 하며 회사내부에서 직접 하는 것과 회사 밖의 전문기관에 의뢰하여 좀더 객관적인 잠재위기에 대한 자료를 얻는 방법이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취합한 여러 가지 잠재위기를 큰 카테고리로 분리하여 5-10가지 정도의 위기를 상정하여 각 위기별 위기관리 전략을 수립한다.
각 위기범주별 대국민 설명, 대변인, 위기관리팀, 사과광고문안, 제3자 뉴스원 등의 내용들이 위기관리 매뉴얼에 포함되게 된다. 최근 꽤 많은 기업들이 위기관리 매뉴얼 작성에 대해 문의하고 있어 우리 기업들도 본격적인 위기관리 준비태세에 돌입한 것 같다.
특히 우리기업들이 21세기 거친 파도를 헤치며 순항하기 위해서는 앞의 여러 가지 내용을 포함한 위기관리 매뉴얼(crisis management : CMM)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실제 위기발생시 매뉴얼의 몇 쪽에 있는 대국민 첫 성명서를 약간 수정 보완하여 사용하며, 거기에 명시된 대변인이 직접 대변인 역할을 수행해야한다.
많은 사람들이 위기상황에서는 홍보이사나 홍보담당부사장이 대변인을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실제는 그렇지 않다. 그 위기상황에 가장 정통한 인사를 임명해야하며, 복수대변인도 가능하며, 또 사안이 심각한 상황일 때는 사장이 직접 대변인 역할을 수행해야한다. 이러한 매뉴얼을 구비하고 있으면 실제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떠한 잠재위기와 가장 유사한지 판단하여 실제적인 위기관리 대책을 신속하게 수립할 수가 있다. 이 경우, 매뉴얼에 포함된 몇 가지 내용만 현실에 맞게 수정하여 각 위기관리 팀들에 배포하게 되면 효과적인 위기관리가 가능하며 또한 한 목소리로 기업의 입장이 외부로 전달될 수 있게 된다.
또 위기진단을 통하여 잠재적 위기에 대한 자료를 취합, 분석하여 각 위기별 위기관리 지침을 쉽게 화면으로 설명하는 비디오를 제작한다. 전 직원을 모아둔 자리에서 위기관리의 중요성을 설명한 후 하나 하나의 위기에 대한 각 담당 부서별 위기관리 역할 및 지침을 제시하는 비디오를 상영한다. 이런 전체 회의가 주기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면 실제 위기 발생시 전 직원들이 당황하지 않고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여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위기진단 후 완화(Mitigation) 작업을 해야 한다. 완화 작업은 홍수가 많이 나는 지역에서 미리 댐(dam)을 건설하거나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에서 미리 고층건물을 짓지 않으면 사전에 위기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완화 작업까지는 어느 기업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위기 진단 작업 과정을 통해 말단 사원에서부터 중역까지 올라오면서 각자들이 보는 위기의 가능성에 대한 예측이 각자 다르기 때문에 위기진단 자체로 의미가 있으며 또 한 단계 더 넘어서 완화작업까지 할 수 있다면 발생 가능한 위기상황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될 수 있다.
PR회사에서는 위기 발생시 대변인 역할을 하게 되는 중역에게 대변인 훈련을 시키는 프로그램이있다. 예를 들면 기술이사가 대변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위기의 경우 기술는 언론의 메카니즘과 언론의 현실 및 기자들의 생리를 잘 모르게 되어 예기치 않을 실수를 범할 가능성이 있기에 사전에 PR회사가 언론 훈련(media training)을 시켜 위기시 임무를 차질없이 수행하게 하기도 한다.
위기시 대언론대응 세 가지 금기사항
위기발생시 세 가지 금기사항은, 첫째, 추측해서 얘기하지 말라 (Don't speculate), 둘째, 말해야 할 때는 침묵하지 말고 말하라(Don't remain silent when you should speak), 셋째, 당황환 표정은 짓지 말고 진지하고 성실하게 얘기하라(Don't display panic)이다.
이 중 특히"추측하지 말라"는 부분은 몇 번이라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위기시 마감시간에 쫓기는 기자들에게 100% 확신이 가지도 않는데 "본인의 생각으로는......", "제가 생각하기에는......", "제가 알기로는......" 등으로 추측하여 얘기해서 마감시간에 쫓기는 기자들이 제대로 확인도 않고 기사를 쓴 후 그 추측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면 기자들로부터 원성을 듣게 된다. 결과적으로 오보를 쓴 셈이 되기에 기자들은 능력 없는 기자로 인식되고 상당한 정신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꼭 말할 수 있는 정보가 있으면 얘기하되 추측해서는 얘기하지 말라는 것이 비단 위기상황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잘 적용되는 원칙이다.
기자들은 항상 실명 기획기사의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다. 신문사의데스크로부터 항상 좋은 기획 기사를 쓰라는 압력을 받게 된다. 상당한 정신적인 압력을 받고 있는 경우 점심 때 어느 조직의 책임자로부터 들은 얘기가 떠오르고 기사거리가 되겠다고 생각해서 "부장님, 기획기사 하나 쓰겠습니다"고 용기있게 얘기한 후 점심 때 들은 얘기를 종합해서 기사를 쓴다. 그 기자는 물론 점심을 같이 한 사람이 그 분야에 꽤 전문가이고 또 그 회사의 최고 책임자이기에 "제 생각으로는... ..."라고 전제해서 얘기했지만 그것은 겸손해서 그런 것이지 실제로는 그 내용이 사실일 것이라고 믿게 된다. 그 내용에 바탕을 둔 기사가 나왔을 때 그것이 사실과 다르다고 판정되면 그 기자는 그 회사 내부에서 그리고 출입처에서 그리고 동료 기자들간에 능력 없는 기자로 낙인 찍히게 된다. 추측과 관련하여 즐겁지 못한 일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기자들이 마감 시간에 쫓기고 있고 또 데스크들로부터 좋은 기획 기사를 쓰라고 압력을 항상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위기상황에서의 언론대응 십계명
다음은 내가 위기관리에 대한 강의를 할 때마다 반드시 언급하는 한국적인 언론 상황을 중심으로 살펴본 위기상황에서의 언론대응의 십계명(Ten ommandments)이다.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되었던 위기관리 세미나에서 한국적인 언론상황에 적합한 대응방안이라는 호평을 받은 적이 있다.
(1)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언론에 제공하라.
그동안 위기상황에서 언론에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숨기는 것이 위기관리 PR의 요체인 것처럼 잘못 인식되어 왔다. 정보를 주지 않더라도 기자들은 기사를 작성해야 할 뿐 아니라 유언비어, 경쟁사나 다른 제3자와의 인터뷰 등에 의존하여 기사를 작성하게 되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당신 회사에 관한 기사는 당신 회사의 대변인이 유일하고도 가장 권위있는 취재원(Single Authoritative Source of Information on the Crisis Issue)이 되게 하라'는 위기관리 원칙이 있다. 정보의 진공상태(information vacuum)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2) 완벽한 보도자료를 작성하기 위해 TV나 일간지의 마감 시간을 놓치지 말라.
사건 발생 후 24시간이 가장 중요하다. 완벽한 회사의 입장을 밝히기 위해 공중을 기다리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최소한 24시간 내에 회사의 성명이 발표되어야 한다. 지연되면 될수록 어떤 흑막이 있는 것처럼 오해되기 쉽다. 특히 TV나 일간지의 마감 시간을 놓치게 되면 각 매체마다 각양각색의 원인 분석과 경쟁회사에서 얻은 정보나 유언비어가 보도될 가능성이 많다. 마감시간 후 완벽한 보도자료를 제공하더라도 쓸모없게 되며 위기관리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정확한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라도 현재의 조사 진행과정을 설명하면서 조사결과가 나오는 즉시 알리겠다는 회사의 방안과 함께 기본입장이 포함된 간단한 성명을 TV나 일간지의 마감시간에 맞게 발표하면 유언비어를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혼란을 야기시키지 않고 공중을 안심시킬 수 있다.
(3) 직접인용을 철저히 관리하라.
인터뷰를 해 본 취재원은 자신이 한 말을 기자들이 얼마만큼 정확하게 인용(Quotation)하는가에 관심을 집중시킨다. 인용부호 속에 들어가는 말은 문법적으로 틀린 경우라 할지라도 그대로 인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특히 위기상황에서 인용이 잘못 나가게 되면 기업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위기관리 능력이 없는 기업으로 인식되면 위기관리는 더 이상 복구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지게 된다.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방식대로 직접인용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4) 오보의 경우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하라.
위기상황에서 언론보도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오보가 있을 경우에는 회사의 책임 있는 인사가 언론사를 방문하여 사실을 설명한 후 정정을 요구해야 한다. 당장 정정보도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같은 사안에 대해 담당 기자가 다시 기사를 쓸 때는 정확한 기사가 나올 수 있게 된다. 오보의 경우 언론은 상대하기 힘든 매체라는 생각에서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은 잘못이다. CNN 같은 세계적인 방송매체도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홍보이사가 요구한 정전보도를 내보낸 경우가 있다. 실제 합리적이고 정당한 정정보도 요구는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오보와 관련하여 언론사를 직접 방문하여 언론사의 의견을 조사해봤다. 특히 TV방송의 경우 권위적 분위기가 팽배해 있어 오보 관련 정정요구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였다. 정정보도 요구시 방송사는 공익을 앞세워 개인의 희생을 감수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수용하는 피해자는 거의 없으며 법원에 제소를 하면 방송사가 패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TV방송은 법원의 판결을 받고 나서야 정정보도와 배상을 실시하고 있다. 반면 일간지의 경우 독자 옴부즈맨(Ombudsman) 제도를 거의 사장직속으로 채택하고 있어, 피해를 입을 경우 정공법으로 잘못된 내용의 정정을 요구하면 대부분 사실 확인 후 정정보도를 통해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다.
(5) 외신기자들은 별도 관리하라.
기업의 국제화와 세계화가 강조되고 있는 요즈음 국내에서의 보도내용 못지 않게 해외 주요매체에 실리는 기사내용이 기업 경영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위기상황에서 국내 언론매체 기자들뿐 아니라 외신기자들에 대한 전략도 수립해야 한다. 특히 외신기자들은 직접적인 보도자료 공급이 안 되는 경우 주요 일간지나 영자지에 많은 의존을 하기 때문에 정확히 회사의 입장이 잘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제화와 세계화가 강조되는 시점에서 각 기업내 PR실무자 중 외신기자 전담직원이 한명 정도는 꼭 있어야 할 것이다.
외신기자들과 평소 우호적 관계(ally-building)를 유지해 두어야 한다. 위기상황에서 이들에게 팩시밀리로 회사의 입장을 밝히는 보도자료를 보내거나 프레스센터에 있는 외신기자클럽에 보도자료를 보내면 기업의 입장을 올바로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주한 외신 특파원들이 추가적인 인터뷰나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할 때는 영어에 능통하고 위기상황을 숙지하고 있는 사람을 대변인으로 임명하여 계속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국내 기자와는 별도로 영어에 능숙한 대변인 훈련을 받은 사람이 외신기자들만을 위해 정확한 브리핑을 해주게 되면 최소한 정확한 사실보도가 될 수 있다.
그동안 내가 만난 많은 외신기자들은 위기상황에서의 대외신 PR활동과 관련하여 "위기관리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언론에 보도되기 전 신속하고 정확한 자체 조사자료를 솔직하게 언론에 공개하고, 실천 가능한 대용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위기의 실상을 정확히 알려 유언비어를 막고 불필요한 과장보도를 막아야 한다”, “감추거나 왜곡하려는 시도를 하지 말고 브리핑 등을 수시로 사실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이나 관청의 입장을 한 줄이라도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 어떤 정보도 주지 않고 비협조적일 때 결과적으로 기업이 손해를 보게 된다" 등의 코멘트를 했다. 외신기자들은 한결같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악성 유언비어와 경쟁사에서 흘러나올 수 있는 부정적 정보를 차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때 주로 어디에서 정보를 얻느냐는 질문에 의외로 라디오 방송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는 대답이 많았다. 이것은 위기발생시 관련 기업이 라디오방송에 최우선적으로 정보를 제공해 줄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준다. 평소에도 주요 외신들은 30분 단위로 국내 뉴스를 라디오를 통해 모니터링하고 있다.
(6) 전문용어는 가급적 피하라.
마감시간에 쫓기는 기자들에게 위기상황과 관련하여 너무 많은 전문용어(business jargon)를 사용하면 기자들이 정확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위기상황에서 잘못된 기사를 써서 위기상황 극복을 더욱 어렵게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위기상황일수록 좀더 쉬운 말로 풀이하여 기자들이 쉽게 기사화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일반 독자들은 전문용어보다는 쉽게 풀어서 쓴 기사를 더욱 선호하기 때문이다. 특히 위기상황에서는 시간을 다투는 치열한 취재 경쟁이 벌어지기 때문에 기자들이 전문용어의 의미를 다시 한번 확인할 시간조차도 없다.
(7) 인간미 넘치는 가십(gossip)이나 기사거리를 제공하라.
위기발생시 취재 기자들은 스트레이트 뉴스뿐만 아니라 뒷이야기 등 다양한 낙수 기사도 작성해야 한다. 따라서 딱딱한 스트레이트 뉴스 기사를 완화 내지는 중화할 수 있는 인간미 넘치는 뒷얘기 등을 제공하면 기사의 방향을 핵심에서 어느 정도는 벗어나게 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아시아나 항공 추락사고 때 아시아나 항공 홍보실은 주민들의 따뜻한 인간애와 생존자 구출 작업과 관련된 미담 사례를 개발하여 제공하고, 전문용어를 쉽게 풀어서 해설해 주는 등 기자들이 원하는 부분을 효과적으로 충족시켜준 PR 활동을 수행하여 결과적으로 사고와 관련된 스트레이트 뉴스를 어느 정도 완화시켜 효과적인 위기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수행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8) 특종(scoop)을 쫓는 취재 기자들을 항상 신중하게 대하라.
위기시 PR담당자들이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은 취재 기자들은 속성상 특종(scoop)을 쫓고 있다는 사실이다. 평소 취재원과 취재 기자 사이에는 친근한 인간관계가 형성되어 어떤 PR담당자는 특정 기자와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위기 발생시 PR담당자가 친밀한 관계의 기자에게 하지 않아야 할 이야기를 털어놓는데 이는 대부분의 경우 그 이야기는 기사화되고 위기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기자로서는 특종을 하게 되면 승진, 봉급 조정 및 희망부서 이동 등 다양한 특전이 주어지게 되고, 또 동료들의 부러움을 받게 되기 때문에 그들의 주요 관심사는 항상 특종이다. 위기상황에서 PR담당자는 특히 이 점에 유의하여 모든 취재 기자들을 진솔하고도 공평하게 대하되 넘어서는 안 될 선은 지켜야 한다. 최근 미국에서 발간된 한 PR자료에 따르면 '가장 부드럽게, 노련하게 접근하는 기자를 조심하라'고 한다. 왜냐하면 노련한 기자들은 취재원이 말하지 않아야 할 부분을 말하도록 유도하여 취재원에게 가장 치명적인 기사를 쓸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9) 영향력이 없는 언론매체라고 차별대우하지 말라.
영향력이 없는 매체라고 해서 차별대우하지 말라는 원칙은 위기상황 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매체가 영향력이 없다 하더라도 그 매체의 기자가 감정적인 차원에서 위기발생과 관련된 회사의 치부를 집중적으로 캐내어 크게 기사화하게 된다면 결국 영향력 있는 매체의 기자의 눈에 띄게 되어 낭패를 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10) 제3자 뉴스원을 관리해야 한다.
위기발생시 항상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동원되어 좌담프로가 진행되거나 전문가의 기고가 주요 일간지에 실린다. 취재 기자는 어떤 전문가는 사건을 이러저러하게 보고 있다는 코멘트를 게재하는데 이러한 전문가의 발언은 위기관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위기관리팀은 현재의 위기와 관련하여 동원될 수 있는 전문가의 리스트를 만들어 직접 접촉하여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 좋다. 이 전문가들이 개진하는 객관적인 제3자적 입장에서의 의견은 여론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 작업은 아주 중요하다. 그리고 이 제3자 뉴스원은 평소에 회사의 고위층이 분담하여 폭넓은 인간관계를 맺어 두는 것이 좋다. 위기상황에서는 물론 기자들이 접촉하기 전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주면 어느 정도는 관련 회사에 우호적인 코멘트를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오피니언리더가 될 수 있는 전문가들과 평소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되면 위기관리에 더욱 더 큰 힘이 될 수도 있다.
존슨 앤 존스사의 타이레놀을 복용하고 7명이 사망한 사건이 1980년 대 초 발생했을 때 미 식품의약품국(FDA)의 고위층 인사들이 존슨 앤 존슨에 대해 평소 우호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 위기 관리에 큰 힘이 되었다. 전문가들의 코멘트 한마디는 위기관리를 성공 또는 실패로도 이끌 수 있는 큰 힘을 갖고 있다.
위기상황에 대비한 매복 인터뷰
힐 앤 놀튼 홍콩지사의 언론훈련 전문가와 내가 번갈아 가면서 어느 한 외국업체의 언론훈련(media training)프로그램을 짜서 교육시킬 때의 일이다. 내가 약 20명 앞에서 열심히 강의를 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카메라를 들고 기자 한 명이 들이닥쳐 즉석 인터뷰를 하겠다는 것이다. 허락도 떨어지기 전에 참석자 중 한 명에게 인터뷰를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나중에 안 일이지만 우리 회사의 언론훈련을 담당자와 미리 계획하고 나도 모르게 진짜 ‘매복’ 인터뷰를 프로그램에 집어넣은 것이다. 이와 같이 위기상황에서는 갑자기 카메라와 기자가 밀어닥치기 때문에 그때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매복’ 인터뷰는 교육적인 효과가 큰 것이다.
한편 위기상황에서 즉석 인터뷰는 절대 하지 말라는 원칙이 있다. 회사에 큰 일이 벌어진 위기상황에서 보고를 받은 그 회사 사장이 밖에서 회사로 들어오고 있는데 TV카메라가 사장실 앞에서 지키고 서있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가정하자. 이때 준비 없이 TV 카메라가 돌아가면서 즉석 인터뷰를 하고 부적절한 인터뷰 내용에 놀라고 당황한 모습까지 TV 카메라에 그대로 담겨 보도된다면 만사는 끝장이다. 그래서 절대 즉석 인터뷰에 응하지 말고 10초든 1분이든 준비할 시간을 가지라는 것이다. 이 경우 노련한 사장은 TV 카메라가 접근할 때 화장실 좀 갔다오겠다고 거짓말을 해서라도 실제 화장실에 가서 조용히 어떤 질문을 물어올 것 같으니 어떤 대답을 해야겠는지 조용히 생각하고 전략을 짠 후 기자를 만나야 한다. 또 유능한 비서라면 사장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외국에서 아주 긴급한 국제전화가 왔다고 거짓말을 해서라도 사장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재치를 발휘해야 한다.
한 회사의 최고책임자는 위기상황에서 약 30초간 잘못 인터뷰한 내용이 계속 반복 방영되어 총 방영시간이 약 한 시간이나 되어 고생했다고 고백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사건보도, 종합프로그램, 사고발생 1년 시점에서의 특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방영될 때마다 한번 잘못 인터뷰한 내용이 계속 반복 방영되어 회사와 인터뷰 당사자의 이미지에 회복하기 힘든 손상을 받은 경우이다. 위기상황에서 즉석 인터뷰가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가는 반드시 숙지되어야 할 사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