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3월 24일 오전 8시 30분. 로렌스 로울(Lawrence G. Rawl) 엑슨사 회장은 엑슨사의 유조선이 좌초되어 알래스카 발데스(Valdes)항 인근의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Prince William Sound) 해상에 원유를 유출시키고 있다는 보고를 받는다.
이 원유유출 사고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환경재해로 미국 전역에 걸쳐 다음과 같이 보도된다. “취중에 있었던 걸로 밝혀진 선장이 조종하던 978피트 유조선 엑슨 발데스(Exxon Valdez)호는 발데스항 남서해상 25마일 지점에서 암초에 걸려 좌초했다. 유조선이 파손되면서 미국 원유유출사고 사상 최대인 25만 배럴의 원유가 유출되었다. 이 사고로 1천3백 평방 마일의 해상이 기름에 오염되었고 6백 마일에 달하는 해안선이 황폐화되었으며 4천 마리의 알래스카 해달이 목숨을 잃었다.”
이 경우 엑슨사의 딜레마는 다섯 가지 범주로 분류될 수 있다.
(1) 최고경영자의 태도
사고소식이 전해진 후, 첫번째 문제는 로울 회장이 직접 원유유출사고 현장에 가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회장이 직접 알래스카로 가는 것은 엑슨사의 경영진이 실수를 인정하고 사고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엑스사의 중역들은 로울 회장이 맨하탄의 엑슨 본사에 남아서 좀더 효율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조언했고, 로울 회장은 사고현장에 가지 않았다. 로울 회장은 사고처리를 위해 하위직 중역들을 사고 현장에 파견했다. 그러나 미디어 전문가는 로울 회장이 사고현장에서 기름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새들을 직접 들어올리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고 말했다.
(2) 미디어센터 설치 장소
사고 초기 엑슨사는 유출사고의 영향이 매우 큰 점을 인식하여 언론사들에 실시간대로 정보를 제공하고 엑슨사가 원유사고의 대응에 전념하고 있음을 보여주려 했다. 이에 발데스항이 미디어센터를 설치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라고 결정하고 발데스항에 미디어센터를 설치했다. 그러나 발데스는 제한적인 통신 지국을 갖춘 알래스카의 외진 지역이었기 때문에 엑슨사는 신속히 뉴스를 전파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로 인해 뉴스미디어들은 정보로부터 차단되었다. 결과적으로 엑슨사는 사실을 은폐한다는 비난을 받게 되었다.
(3) 대응의 신속성
위기관리에 있어서의 기본법칙은 "정보흐름을 앞서 읽어라" 이다. 이와 관련 엑슨사는 몇 가지 문제점를 안고 있었다. 첫째, 로울 회장이 유출사고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는데 일주일이나 걸렸다. 또 뒤늦게 발표한 내용은 미국 해안경비대, 알래스카 주 간부 등을 비방하는 것이었다. 이는 엑슨사가 마지못해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비추어졌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준다. 사고 발생 후 10일째 엑슨사는 166개 신문에 엑슨사의 입장을 표명하기 위한 광고를 게재한다. 그 내용은 오히려 대중에게 유출사고와 관련하여 더 많은 의문점을 갖게 하는 것이었다.
한편 알래스카주 의회는 유출사고 발생 후 신속히 노스 슬롭(North Slope) 유전의 원유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워싱턴의 의회위원회 역시 원유유출사고 책임의 범위를 넓히고 원유유출사고 배상액 및 기름오염 배상기금액을 증가시키기 위해 신속했다. 엑슨사는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에 수동적으로 대처했을 뿐이다.
(4) 프로파일의 수준
원유유출사고에 직면하여 엑슨사가 취한 기본적인 대응은 침묵을 지키는 것이었다. 동물구조 프로젝트 수립, 사고해역 기름 제거 작업 등에 상당한 부분의 비용을 부담하는 등 위기에 적절히 대응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엑슨사는 공공연히 유출사고에 따른 위기사태를 가볍게 언급했다. 로울 회장은 사고에 관해 발표하면서 상당히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다. 심지어 CBS방송의 모닝뉴스(Morning News) 프로그램에 출현해서 엑슨사가 갖고 있는 기름제거 작업계획이 복잡하여 전체를 읽어보지는 못했다고 말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또한 엑슨사의 광고는 심각한 위기상황에 대한 가벼운 대응 정도로 대중에게 비추어졌다. 엑슨사가 외부용역을 주어 촬영한 기름 제거작업 과정을 담은 비디오 자료의 릴리스는 언론기자들로부터 혹독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엑슨사는 엑슨사 주식의 대부분을 좌우하는 연금기금으로부터 요청이 있은 후에야 뒤늦게 환경전문가를 이사회에 합류시켰다.
(5) 사건의 여파 처리
엑슨사는 발데스항 원유유출사고를 연일 보도했던 알래스카 공영 라디오 방송(Alaska Public Radio Network)에 3만 달러를 기부한다. 그 라디오방송사는 엑슨사의 기부금을 거부했고 엑슨사의 조치는 논쟁의 대상이 된다. 엑슨사의 유출사고와 그에 따른대응은 원유산업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 의회 의원들은 원유유출에 관한 연방정부의 개입을 확대하기 위한 새로운 법안의 제정을 요구했다.
엑슨사의 발데스 위기사고는 예기치 못한 위기상황에서 기업이 대중의 이목을 받을 때 취해서는 안 될 대응조치에 관한 교과서적 사례로 자주 인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