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을 방문한 권위있는 PR학자 제임스 그루닉(James E. Grunig)은 위기 발생 프로세스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갈등(Conflict)이 발생할 때, 공중들은 문제(Problem)로부터 ‘쟁점(Issue)을 창출한다’조직은 공중들이 이슈를 창출하기 전에 이슈를 예견하고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쟁점 관리(Issue Management)의 프로세스를 사용한다. 전략적인 공중들과 자신의 커뮤니케이션을 미처 관리 하지 못하고 특정 이슈와 맞닥뜨려진 조직들은 항상 위기가 닥치면 단기간의 위기 커뮤니케이션에 의지하여야만 한다."
위기가 발생되는 순서는 처음에 갈등이 존재하고 갈등이 문제로, 문제가 이슈로, 이슈가 곧 위기로 발전하는 순차적인 흐름으로 해석된다. 위기발생의 한참 이전에 즉, 아직 갈등의 형태로 이슈가 남아있을 때부터 그것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이슈(쟁점) 관리"의 중요성은 이때문이다. 일련의 이슈관리 작업을 통해 예상되는 갈등 요소들을 밝혀내고 미리 해결하려는 "사전 대응적(proactive)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사전 해결 노력이 위기관리에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첫 단계라 볼 수 있다.
위기중에 기업 경영진들은 심한 심적 압박감, 높은 스트레스, 부정적인 외부 시각, 극도로 부족한 시간적 여유, 정보에 대한 혼돈 등의 환경속에서 기업의 생사를 좌우할 수도 있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위치에 놓이게 되기 때문에 위기이전의 쟁점관리가 더 필요하다.
이러한 환경속에서는 아무리 명석한 경영진이라도 정확하고 완벽한 의사결정을 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효과적인 쟁점관리가 위기발생 이전에 있었다면, 그러한 쟁점관리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의 기업이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한결 정확하고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1. 쟁점관리의 의미
기업은 진공상태에서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 현대사회는 기업으로 하여금 사회적 책임을 수행할 것을 기대한다. 기업은 그 기업이 위치한 지역사회의 환경, 건강, 교육에 미치는 영향력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며, 더 나아가 국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는 기업 PR의 대지역사회 관계 및 대정부 관계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쟁점(Issues)이란 기업경영에 심각하게 영향을 미칠 내,외부의 추세 또는 조건으로 규정할 수 있다. 그렇다고 우리 주위에 존재하는 단순한 의문사항 그 자체를 쟁점이라고 일컫지는 않는다. 쟁점은 한 행위자 또는 행위자들이 어떤 상황이나 인식된 문제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때 형성된다. 이 행위자들은 의문사항에 대한 수용될 만한 해결안을 제기하거나 창출해 낸다. 사람들은 문자 그대로 그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일로부터 쟁점을 만들어 낸다. 더욱이 쟁점은 문제로부터 비롯되지만 문제 그 자체라고는 할 수 없다. 쟁점은 다음의 세가지로 분류된다.
첫째, 현재 논의되고 있는 쟁점들(정부측에서 논의하며 미디어를 통해 보도되는 쟁점들),
둘째, 잠재적 쟁점(2~5년 이내에 중요하게 부상될 것 같지만 아직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결정되지 않은 쟁점들),
셋째, 사회적 추세(라이프 스타일, 테크놀로지 등의 변화)
이러한 쟁점은 법적, 정치적, 사회적으로 조직에 영향을 미친다. 조직은 이러한 쟁점의 정체를 밝히고 쟁점의 발전방향에 영향을 주기 위해 자원을 동원하고 조정, 관리한다. 이 쟁점관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조직의 이익에 부합되는 공공정책을 성립시키는 것이다.
쟁점관리는 조직이 쟁점을 예견하고 이 쟁점이 문제로 발전하여 위기가 뒤따르기 전에 이를 사전에 막는 기능을 하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쟁점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기업경영(목표와 계획)과의 사려 깊은 연결을 필요로 한다. 다시 말해 기업이 공공정책의 설정에 영향을 미치며 집단의 압력이 법규 제정단계에 이르기 전에 그 압력을 완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이게 하는 것이다.
쟁점관리는 넓은 의미로서 적극적인 사전대응적PR의 한 부분에 속한다.
위기관리가 사전대응적인 전략이기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 쟁점관리는 위기관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2. 쟁점의 진화과정
쟁점은 예측 가능한 양태로 진화한다. 쟁점은 어떤 조직이나 공중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하나의 아이디어로 시작해서 타조직이나 공중간의 인지도를 높이거나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을 낳는다. 이 과정은 쟁점의 발단(origin), 중재(mediation)와 증폭(amplification), 조직화(organization) 그리고 종결(resolution)의 네단계로 구성된 하나의 사이클로 설명된다. 쟁점은 어떤 이유로 인하여 발전되는 과정 중 어느 지점에서 사그러들 수 있으나 지속적으로 성숙되는 쟁점은 한 단계에서 다음단계로 또 다음 단계로 진화하게 된다.
ㄱ. 쟁점의 발단
조직이나 공중이 정치, 경제 또는 사회적 추세의 결과인 어떤 문제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때 쟁점은 발생하게 된다고 했다. 경영관리 시각에서 볼 때 기업은 쟁점들이 나타나게 되는 추세(trends)를 추적해야 한다. 이미 규정된 쟁점들과 갈등의 대상은 쟁점관리의 문제라기보다는 위기관리의 문제에 해당된다. 이런 경향은 우선 눈에 띄지 않는 어떤 비정상적이거나 독특한 상황 또는 사건을 수반하는 문제에 관심을 갖는 학계 또는 지식인들의 논문이나 글에서 확인되고 논의된다. 반응이 나타나게 되면 이러한 반응은 현상태를 유지함으로써 혜택을 받는 사람과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로부터 역반응을 일으킨다.
조직이나 공중이 타조직이나 집단에게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계획할 때 쟁점은 더욱 분명해진다. PR이나 공공문제의 시각으로 볼 때 쟁점은 한 공중 또는 여러공중들과 더불어 밝혀진다. 다시 말해서 쟁점과 공중은 동시에 발생되는 것이다. 쟁점에 대한 공중의 인지와 관심은 “어떤 일을 하겠다”는 결의를 불러일으키고 갈등이 등장한다.
기업에게 이러한 과정의 지속적인 관찰과 잠재적 쟁점의 조기확인은 중요한 작업이며 기획과정이 중심부분이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조직환경(내,외)의 지속적인 관찰은 필수적인 일이다.
ㄴ. 중재와 증폭
공중이 형성되고 갈등이 대두되면서 중재와 증폭현상이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과 집단 사이에 발생한다. 이런 현상은 유사한 가치의식이나 경제적 또는 사회적 관심을 지닌 이익집단, 산업, 특수 미디어 또는 일반 매스미디어 내에 발생할 수도 있다.
쟁점은 매스미디어가 주목함으로써 공공정책과정의 일부분이 되는 공공쟁점으로서 증폭된다. 즉 법률안이 상정되고, 현행법 내에 새법규가 추가되거나 소송이 따른다. 쟁점이 공공정책문제로서 간주되지는 않지만 의견지도자들이 그 쟁점을 ‘확대되는 것’으로 보기 시작하는 것은 이 단계에서다. 쟁점이 아직 특정 미디어에서 논의되며 간헐적으로 보도되는 동안 조직이 쟁점의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도 역시 이 단계에서다. 이러한 중재과정은 아주 중요하며 쟁점이 완전하게 발전되도록 가속효과를 지닌다.
ㄷ. 조직화
이 단계에서는 다양한 조직화현상이 중재와 더불어 나타난다. 집단들의 입장은 공고해지며 갈등현상이 나타난다. 집단들은 자기들의 이익과 부합되거나 적어도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해결안을 추구하기 시작한다. ‘공중’은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유사한 문제에 직면하고 그 문제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어느 정도 그 문제에 대하여 무엇인가 하려고 협력하는 개인들의 집단으로 규정한다. 공공정책과정에 비춰 볼 때 공중은 역동적인 성격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즉 이들은 정체적이지 않지만 반드시 잘 조직화된 집단은 아니다. 공중구성원들은 쟁점(공통문제)을 중심으로 그 쟁점이 진화됨에 따라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문제해결을 향해서 일관성 있고 협조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사람들의 집합체”로서 간주된다.
따라서 당면한 쟁점의 해결에 대하여 관여 정도가 다양한 여러 종류의 공중이 있을 수 있다. 이 공중들은 쟁점의 해결에 대한 관심만 수동적으로 공유하는 우연한 인간집합체이거나 적극적인 참여로써 고도로 조직화될 수도 있다. 여기서 관심은 공중의 일원이라는 데 모아지기보다는 쟁점의 해결과정에의 참여에 모아진다.
다양한 공중들이 나름대로 입장을 갖고 각자의 입장을 전달함에 따라 쟁점은 그 자체를 공공정책과정으로 추진될 만큼 가시권에 들어온다. 점점 증대된 관심은 영향력 있는 지도자에게 가시화된 쟁점의 한 부분이 되게 하며 정부기관에 이 쟁점에 대한 해결안을 찾도록 압력이 가중된다.
ㄹ. 종결
일단 쟁점들이 정부부처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아 법제정이나 규제를 통해서 정책시행과정에 진입하면 이 쟁점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며 비용도 많이 들게 된다.
이 쟁점의 해결을 통해서 얻게 되는 이점보다는 해결 그 자체가 목표가 된다. 이 쟁점에 관련된 집단들은 법제정이나 규제를 추구하며 법이 제정되거나 규제조치가 내려지면 모든 관련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공공정책 시행과정의 목적은 쟁점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 그들에게 이익이 되든 불이익이 되든 – 무조건적 제약을 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