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톨릭주교 국가협의회와 미국 카톨릭협의회는 낙태 이슈에 대한 여론 형성에서 낙태 옹호론자에 비해 열세에 놓여 있다고 판단하고 외부 PR 전문대행사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하였다. 카톨릭주교 국가협의회는 1990년 초 버슨-마스텔러(Burson-Marstellar)에 PR전략 수립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하고 힐앤놀튼을 찾는다. 세계 최대의 PR대행사 중의 하나인 힐 앤 놀튼은 미국 카톨릭주교협의회 낙태반대위원회의 반 낙태운동을 PR하기로 했으며, 이로 인해 힐 앤 놀톤에게는 5년간 5백만 달러의 수익이 예상되었다.
힐 앤 놀튼 사장 봅 딜렌슈나이더(Bob Dilenschneider)는 힐 앤 놀튼이 창사 이래 모든 합법적인 조직이나 운동은 헌법으로 보장된 자기표현에 관한 권리를 보유함을 인정해 왔음을 밝히면서, 이 새로운 고객의 일을 맡았다. 당시 그는 이 새로운 고객으로 인해 특히 힐 앤 놀튼의 직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게 될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많은 힐 앤 놀튼의 직원들은 한 저명한 칼럼니스트의 칼럼을 통해서 힐 앤 놀튼이 미국 카톨릭협의회를 고객으로 받아들여 지원하기로 했음을 알게 되었으며, 회사가 이러한 사실을 직원들에게 알리는 방식에 대해 분노했다. 새 고객에 관한 소식이 전해지자 힐 앤 놀튼 본사 직원 중 3분의 1이 항의서에 서명하고, 워싱턴과 뉴욕의 십여 명의 직원이 그 프로젝트 맡기를 거부하였다. 그 당시 힐 앤 놀튼 직원의 65%가 여성이었다.
결국 표현의 자유에 관한 미합중국 수정헌법 제1조를 인용한 메모가 직원들에게 보내졌다. 그 메모에는 미국카톨릭 협의회 일을 맡기 원하지 않은 직원들은 그것을 강요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씌여 있었다. 그러나 그 메모는 부서장들에 전달되었고, 그것을 회람하라는 분명한 지시가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직원들은 그것을 보지 못했다. 그 메모를 본 직원들은 그것을 개인적인 의사전달을 위한 진지한 시도라기보다는 보도자료로 여길 정도였다. 어떤 직원들은 자신의 동료가 여성이 가지는 자신의 신체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데 대해 크게 실망했다.
새 고객에 관한 칼럼 기사가 나오고 한 달 후, 힐 앤 놀튼의 뉴욕 사무소에서는 그 논쟁을 진정시키기 위한 회의가 소집되었다. 딜렌 슈나이더 사장은 말했다. "우리 사업은고객이 논쟁의 여지가 있는 문제를 처리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대표하고자 하는 주의나 주장이 직원의 뜻에 위배될 때는 그 직원들은 자동적으로 그 일에서 제외된다. 예를들면 담배제조회사나 알코올음료 제조업자와 같은 고객의 일을 맡기를 거부한 직원이 있었다. 우리는 그러한 직원들이 느끼는 양심의 가책을 존중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힐 앤 놀튼의 여직원들은 여전히 새 고객 건에 대해 충격을 받은 상태였고, 혹자는 카톨릭주교평의회 고객에 관한 언론에서의 부정적인 보도의 원천이 힐 앤 놀톤 직원들 자신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기도 했다.
PR분야의 많은 이들은 회사측을 옹호하고 나섰다. 한 PR학자는 "힐 앤 놀튼이 낙태 반대론을 PR하는 것이 자동적으로 모든 힐 앤 놀튼 직원이 이러한 입장을 지지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논쟁의 여지가 있는 고객을 맡게 되는 PR회사는 그 고객이 의미 있는 방식으로 의견을 표명할 권리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가령 힐 앤 놀튼의 진정한 전문가는 개인적으로 낙태 반대론자의 입장에 반대할 수도 있으나, 여전히 낙태 반대론 또한 대중들에게 충분히 그리고 공평한 방식으로 의견을 알릴 수 있어야 한다고 느낄 것이다. 만일 PR분야의 종사자가 모든 적법한 입장이 대중에게 알려질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는 PR분야에 종사해서는 안 된다. "
많은 힐 앤 놀튼의 직원들에게 진정한 문제는 회사측이 암묵적으로 낙태에 관한 법률을 변경시키려 했다고 믿는데 있다. 23년간 힐 앤 놀톤에서 근무한 한 여직원은 "힐 앤 놀튼이 이 문제에 참여함으로써, 결국 여성이 자신의 육체에 관하여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간섭하는 법률제정을 가져올 것이고, 이러한 법률은 결국 강제의 형태로 나타나며, 힐 앤 놀톤은 이러한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내직원 커뮤니케이션(employee communications) 위기의 전 과정을 통해 딜렌슈나이더 사장은 다음과 같은 그의 입장을 고수했다. 카톨릭 평의회와의 계약에 의하면 우리는 로비활동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카톨릭 교회가 낙태에 관한 견해와 프로젝트를 밝힘에 있어서, 우리는 대행사로서 전적으로 합법적인 활동을 할 것이고, 사실 그 일에는 수많은 미국인들이 동의하고 있다. 이 일을 맡은 것에 대해 우리를 비난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달리 답변할 것이 없다.
여기서 생각해 볼만한 PR 측면에서의 문제점들은 다음과 같다.
(1) 힐 앤 놀튼은 언제 카톨릭주교협의회 고객 건에 대해 직원들에 알렸어야 했 는가? 사내 직원 커뮤니케이션(Employee Communications)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시기 적절하고(Timely), 정직하고(Honestly), 명확한(Clear)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노력에 있다. 그 중에서 시기(Timing)는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성패를 초기에 좌우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민감한 이슈를 직원들이 제 삼자인 외부 칼럼리스트의 글에서 알게 되었다면, 회사는 성공적인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타이밍을 놓친 격이 되는 것이다. 이는 직원들이 해당 이슈에 관련된 회사의 의도를 의심하게 할 뿐더러, 소외감에서 오는 회사에 대한 배타적, 비판적 태도를 불러오게 된다. 회사는 언제나 가능한 한 빠르게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개설해야 하고, 정직한 전략적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려는 노력을 아끼면 안 된다.
(2) 힐 앤 놀튼이 직원들에 보낸 메모에 대한 당신의 견해는? 메모를 좀 더 세련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힐 앤 놀튼은 이 사례에 있어서 초기의 사내직원 커뮤니케이션의 타이밍을 놓쳤을 뿐더러,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확보하는데도 실패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신속하게 전달되는 사용 가능한 채널의 확보측면에서 부서장들의 회람이라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은 누가 보아도 구시대적이고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짧은 안목에서 비롯된 선택이었을 것이다. 또한 회람의 내용면에 있어서도 메시지는 해당 이슈의 성격에 따라서 결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입장과 지시적인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낙태에 관한 이슈는 사회적이기 이전에 여성의 신체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에서 시작한다. 이러한 개인적인 밑바탕을 가지고 있는 이슈는 처음부터 개인 감정적 소구를 지향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 동안 여성을 위해 힐 앤 놀튼이 일해온 사업들을 언급하며, 이슈의 핵심은 낙태의 찬반에 있는 것이 아니라, PR 전문가집단으로서 우리 힐 앤 놀튼의 전문가적 직업의식에 있다는 것을 부드럽게 설명했어야 했다.
(3) 당신은 힐 앤 놀튼 관리자층이 직원들로부터 항의서한을 받았을 때 무엇을 조언할 수 있었는가? 모든 커뮤니케이션 활동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할 때 성공할 수 있다. 매니저에게 보내진 이메일이나 메모가 무시된다고 생각하는 직원들과의 사내 커뮤니케이션은 그 시작 때부터 엄청난 실패의 위험성을 안고있다. 이러한 민감한 이슈에 대한 매니저들의 자세는 철저하게 직원들의 커뮤니케이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기 적절하고(Timely), 정직하고(Honesty), 명확한(Clear)한 하나하나의 답신은 필수적이다. 메시지 또한 회사의 정책을 그냥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낙태이슈에 있어서 직업적인 사명감과 개인적 성향을 구분하게 하는 의식분별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4) 힐 앤 놀튼은 미국 카톨릭평의회를 고객으로 받아들였어야 했는가? 힐 앤 놀튼이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기로 원했던 PR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직업적 사명감은 PR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바탕이다. 만약 힐 앤 놀튼이 사내직원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완벽한 노력을 경주하였다면, 이 세계 최고의 PR 전문가집단은 이러한 민감한 이슈를 세련된 방법으로 대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합법적 집단의 사회적 이슈에 대해 그들이 사회적 의미를 형성하기 위해 기하는 노력을 성공적인 결과로 이끄는 것이 전문가로서 우리 PR인들이 가지는 사명이기 때문이다.

